
“전체 배달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공신력있는 산업재해 통계가 없다, 정확한 분석으로 근본적인 사고 저감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배달산업 발달로 인해 배달라이더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늘고 있지만, 대책을 만들 통계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노동계와 경영계에서 동시에 나왔다. 통계를 갖춰야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정책과 민간 기업의 안전체계가 수립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배달업체가 운영하는 알고리즘이 사망사고를 유발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와 혁신정책연구원이 5일 국회에서 연 배달노동자 안전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주제발표자로 나서 “올 상반기에서 16명의 배달라이더가 산재사망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며 “하지만 이들의 사고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중대재해로 한 건도 인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배달라이더에 대한 헐거운 법과 제도를 비판했다.
2018년부터 작년 48월까지 기업별 산재 승인 건수를 보면 2022년부터 배달의 민족으로 알려진 ‘우아한 청년들’이 1위다. 사고 위험이 높은 건설업보다 플랫폼 기업의 산재 승인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배달라이더 사망산재가 중대재해법으로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이 법이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를 어긴 사고만 규율하기 때문이다. 배달라이더가 사고를 당하는 도로는 플랫폼 기업이 통제할 수 없어 안전 의무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배달라이더는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근로감독을 통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 오 집행책임자는 “배달 라이더를 위한 근로감독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몇 차례 산업안전 감독과 점검이 있었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가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라이더 과속을 유발하는 알고리즘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배달건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잦은 지시로 인해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배달라이더 산재 통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왔다. 정확한 통계가 없다 보니 제대로 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을 배달노동자에게 적용하고 위험성 평가, 재해조사, 안전교육 강화, 유해요인 관리 등 안전보건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승선 우아한형제 라이더정책실장도 “노사와 라이더 위험성평가, 이론과 실습이 가능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도로환경 등 라이더 사고는 회사의 통제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개별 회사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 차원의 라이더 산재 통계 체계를 구축해 사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정책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