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지브리

2025-04-14

카카오톡의 ‘업데이트한 프로필’ 항목이 비슷한 그림들로 채워졌다. 노란빛이 도는 배경과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선들. 제법 선해 보이고 적당히 평범해 보이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풍의 사진으로 많은 사람이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챗GPT가 ‘녹아내린다’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사진을 변환했고, 거기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등장할 때까지 열풍은 멈추지 않았다.

지브리 풍의 변환 사진이 인기를 끈 이유는, 화풍 자체의 매력 때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지금까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직접 보고 감동을 느껴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맥락 없이 이런 그림이 등장했다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열광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AI는 그러한 역사를 데이터로 취급한다. 여기서 꺼림칙함이 발생한다. 이래도 되나?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선임 수석 연구원이자 기계학습재단 국제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케이트 크로퍼드는 『AI 지도책』(2022)에서 인공지능을 하나의 ‘추출 산업’으로 규정하며, 기존의 화풍 데이터뿐만 아니라 물을 비롯한 지구의 에너지와 광물자원, 전 세계의 값싼 노동력을 추출하는 산업임을 보여준다.

데이터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이미지나 동영상의 구체적 의미나 맥락은 사라지고 각 개인의 정보는 ‘인프라’로 전락한다. 저자는 말한다. “내가 심란한 이유는 NIST(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데이터베이스가 현재 기술 부문에 속속들이 스며 있는 논리의 출현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것이 데이터이고 수집되기 위해 존재한다는 확고한 믿음이다. 사진이 어디서 찍혔는지, 취약하거나 고통받는 순간에 찍혔는지, 대상자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지 등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것이 “데이터 추출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다. 추출의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취급해야 할지 합의해야 할 시점 같지만, 합의를 도출하고 나면 이미 모든 것은 데이터가 된 후일지도 모르겠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