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분명 처방제’ 이슈, 국감에 또 오르긴 했는데...

2024-10-09

[녹색경제신문 = 권혜진 기자] 의약품 품절사태의 실질적 해소 방안으로 꼽히고 있는 ‘의약품 성분명 처방제’ 이슈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국정감사에 등장했다. 하지만 의례적 문답 수준에 그쳐 논의의 진전은 전혀 없었다.

8일 보건복지부 대상 복지위 국감 마지막 질의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지적하며 ‘성분명 처방’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감기약에 한정해서라도 선제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도입해보자는 내용이었다.

남 의원은 조규홍 장관에게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를 지적하며 “특히 겨울철 감기약 문제가 있다. 연례적 품절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운을 뗀 후, “근본적으로 감기약만큼은 성분명 처방제 같은 것을 한 번 검토해볼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조 장관은 “우선은 대체조제 제도가 있으니, 그 걸 활성화시키겠다”라며, “성분명 처방도 근본적 대책 중 하나이긴 하나, 관련 직역들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잘 협의해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성분명 처방제 관련 질의응답은 이것이 전부였다. 조 장관의 위 답변 후 남 의원이 뭔가 추가 발언을 했으나, 발언 시간 초과로 위원석 마이크가 꺼진 상태여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성분명 처방제 이슈는 지난 2년 전 국감에도 등장했었다. 2022년 복지위 국감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분명 처방제 도입을 제안하고 오유경 식약처장이 “적극 동의한다”고 답변한 것을 두고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의약갈등으로 비화, 의약 단체간 고소전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서울시약사회는 “의사가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 것은 리베이트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라고 날을 세웠고, 이에 전국의사총연합은 “약사가 ’백마진’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뒷돈을 받고 있는지 전국 약사들을 모두 조사해보라”고 맞받아쳤다.

의약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자 식약처는 결국 “성분명 처방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복지부 역시 “의약단체, 전문가 등 의견수렴 및 사회적 합의 등을 감안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년이 흐른 이번 2024년 국감에서 내놓은 답변과 동일한 내용이다.

성분명 처방제 도입을 둘러싼 의료계와 약계의 갈등을 지켜보는 환자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두 단체 모두 환자의 편익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각자의 이익 확보와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 당국과 정치권에 있다. 성분명 처방제는 의료계와 약계 간 갈등이 첨예한 이슈이고,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은 갈등 조정과 중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성분명 처방제가 의약품 수급불안정을 해결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매번 직역간 협의가 우선이라며 발을 뺀다면, 행정과 정치가 있을 이유가 없다.

일하는 척 생색만 내며 실제로는 의료계와 약계 두 거대 이익집단의 눈치 보기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의료대란 장기화 속 ‘응급실 뺑뺑이’도 모자라 ‘약국 뺑뺑이’까지 감내해야 하는 환자와 국민의 고충을 먼저 헤아려야 할 때다.

권혜진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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