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에 혼란만 가중시킨 교육부의 우왕좌왕

2024-10-09

의대생 휴학 승인 허용하며 5년제 제안했다 철회

설익은 정책 돌출에 불신 가중…수습만 힘들어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그제 국정감사에서 의대 교육과정 5년 단축 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니, 없으면 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 인력 수급 비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며 불쑥 던졌다가 이틀 만에 사실상 철회하며 혼란만 가중시켰다.

의대 5년제라는 구상은 의대생 휴학 승인을 놓고 교육부가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나왔다. 이 장관은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의대생 휴학을 ‘조건부’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복귀를 명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서울대 의대가 학장 전결로 휴학을 승인하자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아무런 대책도 없이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며 각 대학에 휴학 신청 승인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지난 6월엔 법령상 의대생 복귀의 마지노선은 8월 초라며 승인을 막았고, 9월엔 “지금이 복귀의 골든타임”이라고 강변했다. 이달 초 서울대 의대가 휴학 승인의 총대를 메자 “교육자로서 할 일이 아니다. 11월까지 복귀하면 어떻게든 학사일정 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대규모 감사단까지 파견했지만 며칠 만에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놓은 대책 중 하나가 의대 5년제 도입 방안이었다. 지금도 공부량이 많아 2월과 8월에 개강하고, 2~3주에 한 과목씩 수천 페이지를 외우는 의대의 현실을 알고 만든 대책인지 의심스럽다. “수의대도 6년인데 의대 학제를 5년으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의료계와 사전 협의는커녕 복지부와도 “대책 마련 후 협의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 장관은 이전에도 신중치 못한 언행과 설익은 정책으로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았다. 지난 8월엔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의·정 갈등과 관련해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발언을 해 의사를 적으로 본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지난해에는 자율전공제로 입학한 학생이 의대를 선택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가 대통령실의 질책을 받았다.

지금은 의·정 갈등을 수습할 협의체 구성을 놓고 논의가 오가는 엄중한 시기다. 자칫 이번에도 대화 채널이 무산되면 갈등은 내년까지 연장될 수 있고, 의료 현장은 파국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한 학년에 7500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초유의 사태도 현실화하고 있다. 어떻게든 이런 상황을 막아보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충분한 의견 수렴과 깊은 논의 없이 불쑥 대책을 던지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교육부 장관에 대한 불신만 가중되면 사태 수습은 갈수록 힘들어질 뿐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