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60년 만 최악 가뭄으로 수도 테헤란 수돗물 배급 시작… 몇 개월간 비 한 방울 안 내려

2025-11-10

페제시키안 대통령 "상황 안 바뀌면 테헤란 시민 지방 이주도 고려"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극심한 가뭄과 지하수 고갈에 시달리는 이란이 수도 테헤란에서 수돗물을 배급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테헤란 시민들을 지방으로 이주시켜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으며 주요 댐들의 수위는 심각한 수준까지 낮아졌다. 테헤란의 경우 최근 몇 개월 동안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는데 이는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수도 테헤란이 의존하는 주요 댐들의 저수율은 현재 5%에 불과하다고 이란 당국은 밝히고 있다.

이사 보조르그자데 이란 수도사업청 대변인은 "도시의 누수를 줄이고 동시에 도시 저수조가 다시 채워질 수 있도록 자정부터 아침까지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수압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수도당국은 이번 주 초부터 야간 단수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국영 타스님 통신은 "이미 10일 넘게 조용히 단수가 시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국영 매체 타브낙은 "일부 테헤란 주민들은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단수를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추가 단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물 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테헤란 시민들의 지방 이주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6일 "가뭄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테헤란 시민들을 대피시켜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피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수개월 전부터 테헤란의 물 부족 문제를 경고해 왔으며, 심지어 수도를 페르시아만 근처, '개방된 수자원 접근이 가능한' 남쪽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뭄이 심각해지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웃 국가들이 비구름을 훔쳐 간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대해 이란 대기수자원연구소장은 "그런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서도 "다만 인간의 지식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므로 모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 에너지부는 올가을 구름 씨뿌리기(cloud seeding) 시행 계획도 발표했다. 은요오드화물(silver iodide) 등의 입자를 구름에 뿌려 강수를 유도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구름 내 수분 함량이 최소 50% 이상이어야 효과가 있는데, 전문가들은 현재 이란의 구름 상태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가뭄 대책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종교와 기도에 호소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메흐디 참란 테헤란 시의회 의장은 "예전에는 (가뭄 때) 사람들이 사막으로 나가 비를 기도하곤 했다"며 "다른 모든 조치들과 함께 이러한 신앙적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란의 물 부족 문제는 단순히 강수량 감소 이외에도 수십 년간의 잘못된 관리(과도한 댐 건설과 불법 관정 개발, 비지속적인 농업 관행 등)가 수자원 고갈을 초래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테헤란의 지하수 과잉 사용은 지반 침하를 초래했으며, 그 속도는 연간 300㎜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인프라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임계 기준보다 약 60배 빠른 속도이다.

독일 함부르크 공과대학의 토양·수자원 전문가 니마 쇼크리 교수는 "인공지능과 고해상도 위성 기술을 활용하면 이란이 더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 고립을 끝내야 하는데, 이란이 핵 프로그램으로 인해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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