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중박 오픈런’이 화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원래 관람객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콘텐트의 인기로 굿즈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굿즈는 인물이나 스포츠팀, 대중음악 밴드 등의 팬층에게 팔기 위해 생산된 관련 파생상품을 말한다. 요즘은 기념품·사은품 등의 의미로도 확대됐다.
클래식 음악계에도 굿즈가 있다. 음반이 대표적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나 유튜브 등 인터넷으로 음악을 듣게 되면서 CD나 LP 등 실물음반은 굿즈화되고 있다. 조성진이나 임윤찬의 음반에 포토 카드나 스티커가 들어간다. 한정판 딜럭스 CD나 컬러 LP가 완판되기도 한다. 굿즈에 가장 적극적인 오케스트라는 국립심포니다. 2022년부터 업사이클링(버려지는 물건 재활용) 굿즈를 선보인 국립심포니는 폐현수막·폐악보 등을 재활용하여 에코백·파우치·명함지갑 등 다양한 굿즈를 제작했다. 탄소 감축과 자원 낭비를 줄이는 친환경의 의미도 띤다.

창립 40주년을 맞아 나온 굿즈 ‘마에스트로의 디저트’는 케이크 서버다. 작곡가들이 즐겨 찾은 디저트 레시피와 대표곡 선곡이 함께 제공된다. 40주년 굿즈 중 수건은 평범해 보이지만 샤워 및 반신욕 권장시간에 맞춘 선곡 리스트도 확인할 수 있다. NFC 열쇠고리도 21세기에 어울린다. NFC(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 칩이 들어있어 열쇠고리를 스마트폰에 가져다 대면 유튜브로 선곡된 음악을 국립심포니 연주로 들을 수 있다. 라벨과 말러 일러스트가 그려진 펜 트레이와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 악보가 인쇄된 폐자원 원단 우산 등도 국립심포니의 대표적인 굿즈다. 유료회원들과 후원회에 보급하는 기념품 용도였는데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서울시향은 에코백·수건·유리잔·머그컵 등을 이미 제작해 재고로 보유 중이다. 원래는 유료회원들의 기념품 용도였는데 SNS 이벤트 등에 노출되면서 “갖고 싶다”는 요청이 많이 온다고 한다. 요즘은 이 굿즈들의 일반 판매를 고려 중이라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흰색·검정·초록·분홍 색상의 에코백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다.
KBS교향악단은 음반·텀블러·우산 외에 곰 인형이 인기 굿즈다. 테디베어 뮤지엄을 운영하는 제이에스앤에프의 김정수 회장이 KBS교향악단 이사장이었던 2018년 이후 제작했다. KBS교향악단의 관계자는 “요청이 많아 판매를 하고 싶어도 비영리법인이어서 마케팅 용도로만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굿즈 소비는 해당 문화에 대한 감정의 애착을 보여준다.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만든 굿즈들이 시간 예술로 사라지고 마는 클래식 공연을 마음속에 오래 붙들어두는 추억의 매개가 될 수 있다. 빛나는 아이디어들이 담긴 굿즈들이 클래식 음악계에 속속 등장하길 바란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