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재난…공공의료 외면해 온 대가

2025-02-28

[신간] 『의료재난의 시대(히포크라테스)』…나백주‧정형준‧제갈현숙 공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은 ‘공공의료 부재’로 인한 문제점들이 폭발한 것 뿐이다.

그 보다 더 먼저 지방 의료기관이 문을 닫고, 필수과 의사의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였고, 코로나19 펜데믹과 맞물려 심각해진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붕괴 직전의 전조 증상은 있어 왔다.

최근 출간된 『의료재난의 시대(히포크라테스)』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의료재난’으로 정의하고 그 원인을 ‘부실한 공공의료’에서 찾는다.

『의료재난의 시대』는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나백주 교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사무처장,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제갈현숙 교수 등 3명이 집필했다. 이들은 “전공의들의 파업만으로 의료공백 사태가 확대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공공의료의 부재 때문”이라며 “시장 중심의 의료 공급구조에 따른 보건의료 체계가 부족한 것이 재난의 원흉”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한국 의료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원인을 찾기 위해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이른바 ‘서양의료’를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위해 도입했고,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일본인이나 일제에 복무하는 일부세력과 자본가뿐이었다.

일본인과 조선인을 차별하는 일제강점기 의료공급구조가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이름만 바꿔 시장 중심적 의료공급 체계로 재편, 발전하면서 오늘에 이른 것. 이 과정에서 공공의료는 철저히 외면됐고, 의료기관은 수익을 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로 고착됐다고 지적한다.

군사정권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도입된 국민건강보험 역시 의료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시장 중심의 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운영돼 왔다. 그 중심엔 ‘행위별 수가제’가 있다. 이는 진료량이 많을수록 돈을 더 버는 방식이기 때문에, 미용, 성형, 도수치료 등 돈이 되는 일부 의료서비스는 필요 이상으로 과잉 공급되는 반면, 수익성이 낮은 필수 의료분야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저자들은 의료공급에 있어서 정부 등 공적 영역의 비중과 기능이 작고 취약한 것과 반대로 민간의료기관의 시장중심적 의료 공급이 막강해 벌어진 ‘의료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강화’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들은 불필요한 검사와 처치, 수도권 중심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모두 필연적으로 탄소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어 기후위기를 앞당긴다고 봤다. 때문에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주치의제도와 지역 완결적인 의료체계, 인구 소멸 지역에서의 의료공급과 지역 먹거리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 당장에 추진할 수 있는 개혁 과제로 ▲혼합진료 금지 ▲의학적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의 대대적인 급여화 ▲의료비 지출구조 합리화와 지역 보건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주치의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끝으로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의료문제를 환기하고, 공공의료가 구체적인 희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서길 바란다”며 “디스토피아를 거치지 않고 유토피아로 가는 길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재난의 시대』 저자들은 내달 5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카페허블&남산책방’에서 북토크를 개최하고, 책에 대한 궁금증과 의료현장의 문제와 대안 그리고 돌봄의료의 실현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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