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의 중국 수출을 전격 허용한 배경에는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중국 화웨이의 AI 기술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의 기술력에 화웨이가 상당 부분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반도체 자립 속도를 높이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금수 조치’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의도와 관계없이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H200을 사용할 경우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실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H200의 중국 수출이 미국이 AI 분야의 우위를 유지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특히 화웨이의 ‘클라우드매트릭스 384’에 주목했다. 화웨이가 올 7월 공개한 AI 서버 시스템인 클라우드매트릭스 384는 자체 AI 칩인 어센드 910C 384개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14㎚(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로직 칩(시스템반도체)과 18나노급 D램을 위로 겹겹이 쌓는 최신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칩을 평면에 넓게 배치하는 기존 방식 대비 칩 간 거리를 크게 줄여 처리 속도와 전력효율을 대폭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블룸버그는 “백악관은 엔비디아가 최신 칩 블랙웰을 장착해 제작한 AI 서버 시스템 NVL 72와 클라우드매트릭스 384가 거의 동일한 성능을 나타낸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년까지 어센드 910C 가속기를 수백만 개 생산하겠다는 화웨이의 계획 역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H200 대중 금수 해제는 미국의 AI 칩 점유율을 유지하고 중국의 기술 자립을 늦추려는 ‘이중 포석’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0을 중국에 수출하더라도 미국은 18개월의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기술 생태계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미국 측은 중국이 미국의 AI 칩에 ‘중독되게’ 해야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조치를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미국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간파한 중국 측이 반도체 자립을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H200 사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민간기업의 경우 H200을 쓰려면 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유를 상세하게 보고해야 하며 공공 부문에서는 아예 H200을 금지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수출이 허용된 H200이 시장에 풀려 반도체 자립 정책이 흔들리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FT는 또 중국 산업정보화부가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자국 기업의 AI 프로세서를 정부 승인 공급 업체 명단에 추가했다고 전했다. 공공 부문이 앞장서 AI 칩 국산화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탈(脫)엔비디아가 성공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 사이에서 엔비디아 칩 수요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FT는 “H200만 하더라도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텐센트 등 중국 IT 대기업들의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당국의 눈을 피해 해외에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등 여전히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술을 원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가 칩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최첨단 칩에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의 수출통제를 우회해 중국 등 제재 대상국으로 첨단 반도체가 밀수되는 경로를 기술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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