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수출 통제는 자립 부추길 뿐” 젠슨 황 논리 통했다···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호재

2025-12-09

황·트럼프 논의 뒤 ‘H200 대중 수출 허용’ 결정

엔비디아 “미국에 이로운 균형 이뤄” 환영 성명

HBM3E 8단 탑재···SK하이닉스 추가 주문 기대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한 것을 두고 “수출 통제가 기술 자립만 부추긴다”고 주장해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도 수요 증가 측면에서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H200 중국 수출 허용 결정은 지난 3일(현지시간) 황 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AI 칩 수출 통제 문제를 논의한 뒤 나왔다. 황 CEO는 해당 규제를 완화하도록 백악관에 로비를 벌이고 공개적인 비판을 이어 왔다.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첨단 AI 칩을 판매해 미국 기술에 의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황 CEO의 주장이다.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AI 시장인 중국을 내줘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누군가는 중국 말고 다른 곳에서 성장하면 된다고 하지만 중국을 대체할 순 없다”며 “중국 시장 전체를 내주는 대신 그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 속에서도 중국 반도체 산업은 매년 2배씩 성장하고 있다며 화웨이를 주요 경쟁자로 거론했다. 지난달에는 중국의 낮은 에너지 비용과 느슨한 규제를 이유로 “중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도발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상무부 심사를 거쳐 승인된 상업용 고객에게 H200을 공급하는 것은 미국에 이로운 균형을 이룬다”고 말했다.

수출 허용 대상에 최신 칩 아키텍처인 블랙웰 시리즈와 내년 출시 예정인 루빈은 포함되지 않았다. H200은 블랙웰보다 한 세대 이전인 호퍼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지만 중국 수출용으로 제작된 H20보다는 훨씬 성능이 좋다. H200 수출 허용은 최신 블랙웰 칩을 중국에 수출하는 방안과 칩을 전혀 수출하지 않는 방안 사이 절충안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중국에 수출하는 칩 가격의 25%를 미국 정부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3분기 엔비디아 영업이익률이 60%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수료를 내고도 높은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중국의 AI 개발 속도를 높여 미국 안보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올해 초 중국 딥시크가 제한된 자원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선보여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변수는 중국 당국이 자국 기술기업의 엔비디아 칩 구매를 어느 수준까지 풀어주느냐다. 앞서 미국은 지난 7월 중국용 H20 칩 수출을 허가했지만, 중국이 자국 기업에 해당 칩 구매 중단을 지시했다. 중국의 기술 자립 기조 아래 화웨이, 알리바바, 캠브리콘 등 현지 기업들이 자체 칩 생산을 확대하며 내수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혔다. 다만 아직 H200 수준의 칩은 내놓지 못한 만큼 중국이 엔비디아 칩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200에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 8단이 탑재된다. 메리츠증권은 “엔비디아 HBM3E 8단 물량의 90%를 독점하는 SK하이닉스에 추가 주문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HBM3E 공급망에 진입한 상태다.

다만 HBM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수혜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가 많아져 시장이 확대되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생산 가능한 HBM 물량을 모두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요 증가가 곧장 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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