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OLED 종주국

2025-12-09

한국과 중국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지난달 국내 업계에 고무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를 상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이선스 사용료(로열티)를 받기로 한 것이다.

중국 기업과의 지식재산권(IP) 소송전에 대한 무용론을 이겨내고 최종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더욱 값진 성과다. 지난 15년간 특허 사용 뿐 아니라 앞으로 생산할 OLED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지불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러닝 로열티'로 알려져 더욱 의미가 크다.

특허 소송에서 사용료를 받는 것은 최선이다. 소송으로 끝까지 특허 사용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는 한국 디스플레이에 대한 중국의 거센 추격을 견제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OLED 종주국으로 입지를 굳혔다. 정부 보조금과 기술 베끼기 등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의 방식이 OLED에서는 쉽게 통하지 않는다는 경종을 울렸다.

디스플레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 이번 합의로 새로운 장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LCD에서 OLED 전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공격적인 OLED 시장 확대는 기술 확산과 로열티 지급을 통해 국내 산업도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는 말이 있다. 백 척에 이르는 장대 끝과 같은 막다른 길에서도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디스플레이가 처한 상황과도 딱 맞는 말이다. IP를 활용한 지금까지의 방어적인 전략을 내려놓고 새로 열린 환경에 어울리는 전략을 마련해 디스플레이 산업을 더욱 키워야 한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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