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의사 하고 싶은 애를 뽑는 게 아니에요. 의사가 될 수 있는 애를 뽑는 거지.
“고교학점제로 인한 입시 변화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고은 입시 컨설턴트는 이렇게 답했다. 서울 목동 씨앤씨학원 등에서 15년째 고입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그는 “아이는 서울대병원이 아니라 서울대 의대 지원자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에 대한 관심이나 봉사활동 내용이 아니라 의학을 배울 수 있는 학업적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건 수학과 과학 성적으로 귀결된다. 내신과 수능은 물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혹은 생기부)에서도 그 역량을 엿볼 수 있어야 한다.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가 특별기획 ‘확 바뀐 입시 대해부’ 시리즈를 위해 지난 한 달간 심층 취재한 공교육과 사교육 관계자 40여 명은 “진로와 진학은 별개”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올 3월 고등학교 1학년부터 시행된 고교학점제를 진로로 접근하면 첫 스텝부터 꼬일 수밖에 없단 얘기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셈법이 한층 복잡해진 대입 앞에서 헤매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파헤쳤다. 고등뿐 아니라 초·중등 양육자도 알고 있어야 할 정보도 함께 담았다.
Intro. 고교학점제가 바꿔 놓은 것
Part 1. 진로부터 선택? 계열부터 정해라
Part 2. 1등급 수월? 모든 숫자 챙겨라
Part 3. 비교과 중요? 키워드 보여줘라
🩺진로부터 선택? 계열부터 정해라
올해 고1이 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푸념 중 하나다. 당장 6월부터 고2 때 듣고 싶은 과목에 대한 사전 수요 조사를 진행하는데 무슨 과목을 신청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교학점제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제도가 아니다.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지정해 준비했고, 2020년 마이스터고를 시작으로 특성화고와 일반계고까지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왔다. 서울대 입학본부장을 지낸 권오현 독어교육과 명예교수는 “고교학점제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한국만 변화의 흐름에서 벗어날 순 없다”고 말했다. “수능처럼 하나의 표준화된 시험으로 모든 수험생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는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인재를 길러낼 수 없기에 개별화된 교육과정과 평가방식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가 자신이 어떤 인재가 되고 싶은지 모른다는 데 있다. 조설아 광주 문정여고 진로전담교사는 “고1 때 진로가 명확한 학생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반 25명 중 5명은 구체적인 장래희망이 있다면, 20명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단 얘기다. 초·중등 교사와 함께 『고교학점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쓴 그는 “진로나 직업 같은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라면, 계열부터 접근하는 것이 보다 쉽다”고 조언했다. 비록 고등학교 과정은 2018년부터 문·이과가 통합됐지만, 자신이 인문계와 자연계 중 어느 쪽에 더 맞는지 알아야 그에 맞는 시간표를 짤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