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11일부터 사흘간 제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용노동장관회의가 열린다. APEC 고용장관회의가 개최되는 건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글로벌 노동 시장은 디지털화 가속, 인공지능(AI)의 확산, 저출생·고령화라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이런 시대적 도전 속에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인 새로운 일자리의 미래를 모색하는 국제적인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지브리 프사’ 열풍에서 보듯 AI 기술은 이미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카페에서 로봇이 커피를 내리고 무인점포에서 얼굴 인식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 삶을 한층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일자리 불안을 주고 있다. 과거 기계에 맞서 일자리를 지키려 했던 ‘러다이트 운동’이 다시 회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대부분 국가에서 전례 없는 고령화 속도와 낮은 출생률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가 기술 혁신과 맞물리면서, 노동 시장에는 ‘이중 충격’이 가해지며 성장 잠재력을 더욱 약화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5년간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렇다. 새로운 도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도약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노동 시장과 일자리’다. 각 회원은 구조적 위기와 변화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노동 시장의 활력 제고와 이중구조 개선 및 일자리 안전망 구축 방안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의 정책 역량과 경험을 APEC 회원들과 공유함으로써 글로벌 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계기가 됨은 물론 고용 서비스 혁신, 디지털 훈련 등 우리가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공유함으로써 ‘정책 수출국’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회의 이후에도 정례 포럼을 개최하는 등 정책외교를 확대해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짐으로써 지속해서 APEC 회원 간 일자리 협력기반도 다져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10월에는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5월 장관회의가 단순한 담론의 장을 넘어 ‘국제협력의 플랫폼’이 되고, 정상회의 성공의 토대가 되도록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의 애정 어린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