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브이를 보며 밥을 먹었다.” ‘-며’가 눈에 띌 때 웬만하면 ‘-면서’로 고치는 후배가 있었다. 이유는 딱히 없다고 했다. ‘그냥’이었다. 그의 손을 거치면 “티브이를 보며 밥을 먹었다”도 “티브이를 보면서 밥을 먹었다”로 바뀌었다. ‘며’와 ‘면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말할 때 “티브이를 보며 밥 먹었어”라고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거의 ‘보면서’라고 말한다. ‘면서’가 구어체라면 ‘며’는 문어체라 할 수 있겠다. ‘면서’가 글에서 안 쓰이는 건 아니지만, 글에서 또는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선 ‘며’가 더 많이 쓰인다. 말에서 더 쓰이는 ‘면서’는 두 동작이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며’보다 강조한다. “티브이를 보면서 밥을 먹었다” “울면서 노래를 불렀다”는 문장이 “보며” “울며”라고 한 것보다 동시 동작을 더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연설문이라면 “울면서”라고 해야 더 호소력이 담긴다.
그런데 ‘면서’에는 제약이 하나 따른다. 주어가 유정물, 즉 사람이나 동물일 때 앞절과 뒷절의 주어가 같아야 한다. 주어가 같은 “길동이가 티브이를 보면서 (길동이가) 밥을 먹는다”는 자연스럽다. 주어가 달라지는 “길동이가 티브이를 보면서 몽룡이가 밥을 먹는다”는 어색해진다. ‘며’에는 이런 제약이 없다. 주어가 같을 때도, 같지 않을 때도 ‘며’는 자연스럽게 온다. “길동이가 티브이를 보며 밥을 먹는다.” “길동이가 티브이를 보며, 몽룡이가 밥을 먹는다.”
두 가지 동작을 같은 사람이 동시에 할 때 일상에서는 ‘면서’를 많이 쓴다. ‘면서’는 동시 동작을 ‘며’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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