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聽而塗說 德之棄也(도청이도설 덕지기야)

2025-11-02

‘塗’는 ‘칠할 도’라고 훈독하며 ‘칠하다’가 주된 의미이다. ‘풀 호(糊·glue)’와 결합한 ‘호도(糊塗)’는 ‘풀칠하여 덮어버림으로써 진실을 감춘다’는 뜻이다. 塗는 ‘(덧)칠하다’ 외에 ‘길(street)’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공자의 말, “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하면 덕을 버리는 것이다”의 원문에 나오는 ‘도청이도설(道聽而塗說)’의 塗가 바로 길의 의미로 쓰인 경우이다. 공자는 왜 같은 ‘길 도’인데 왜 앞에서는 ‘道’를 쓰고 뒤에서는 ‘塗’를 썼을까? 거리에서 들을 이야기를 옮길 때면 으레 과장의 덧칠을 하여 옮기는 현상을 꼬집기 위해 뒤의 것은 道로 쓰지 않고 塗를 쓴 것이 아닐까?

‘삼인성호(三人成虎)’ 즉 “성안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헛소문도 세 사람의 입만 거치면 사실로 둔갑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소문은 덧칠로 왜곡됨으로써 ‘인(仁)을 해치는 도적’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혹은 스스로 체험하여 몸에 익힐 때까지 함부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하더라’식의 ‘도청이도설’ 확대재생산 현상이 너무나 많다. 덕을 해치는 도적의 단계를 넘어 망국의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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