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NYT)엔 '최고 성장 및 독자 관리자(Chief Growth & Customer Officer)'라는 자리가 있다. 유료 구독 성장을 책임지는 핵심 요직이다. 이 자리에서 NYT의 유료 구독 1200만(2025년 1분기 기준) 신화를 쓴 인물이 한국계 미국인 한나 양이다.
디지털 구독이 NYT 매출에 기여한 금액은 2025년 현재 14억 달러(약 2조 514억원)에 달한다고 악시오스(Axios) 등 외신은 집계한다. 한나 양의 다음 목표는 2년 안에 1500만 유료 구독 달성이다. NYT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중앙일보·코리아중앙데일리와의 회의 및 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연을 위해 방한한 그를 2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NYT 유료 구독 성장 비결은.
"비밀 알고리즘 같은 건 없다(웃음). 가장 중요한 건 뉴스룸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저널리즘의 본령은 뉴스룸에서 나온다. NYT엔 현재 3000명이 넘는 기자가 일하고 있는데, 내가 알기로 최대 규모다."

처음엔 쉽지 않았을텐데.
"NYT가 디지털 여정을 시작한 게 2011년 3월이고, 내가 합류한 건 2010년이다. 디지털 구독의 처음부터 함께 한 셈이다. 그때, 한 존경받는 경제학자가 내게 '90만이 최대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NYT가 지면만 발행했을 당시 최대 부수가 130만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13배 가까이를 넘겼다. 디지털 유료 구독을 시작했을 당시 모두가 우리에게 '바보같은(stupid) 짓'이라고 했다. 그래도 했다. 그 길엔 수많은 실패, 수많은 실수가 있었다. 그래도 저널리즘의 본령을 잊지 않으며 달려왔다."
티핑 포인트는.
"독자의 경험 축적이 중요했다. 뉴스라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불확실성의 지배를 받는 자산이다. 우리는 뉴스룸을 태양으로 하는 태양계를 구축하는 계획을 세웠다. 뉴스룸을 중심으로 NYT 쿠킹, 애슬레틱이라는 스포츠, 팟캐스트 등등 다양한 행성들을 만들었다. 이 행성들은 태양이 없으면 죽는다. 하지만 뉴스라는 태양에 딱히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명절에 무슨 요리를 해야 할까' '크리스마스에 무슨 선물을 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찾다가 우리 행성들에 들어온다. 그렇게 태양계에 들어왔다가 태양을 접하는 독자층도 많다."

언론계 성장에 핵심 기여 중이지만 기자는 아닌데.
"(하버드) 로스쿨을 나오고 로펌과 투자은행 등에서 일하면서 언론계에 우연히 발을 들였는데, 너무 매력있더라. 이 업계에 기여하고 싶다는 열정을 갖게 됐다. 쉽진 않았다. 인생은 우리가 예측 못한 다양한 지뢰를 곳곳에 숨겨 놓는다. 고되도 아침에 눈을 뜨는 건 NYT였기에 가능했다. 기업 변호사를 계속했다면 그만뒀을 수 있다. 열정을 이기는 건 없다."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9살 때 미국으로 무작정 건너왔다. 아버지가 박정희 대통령 정부 관료였는데, 갑자기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당시 영어도 전혀 못하셨지만 두려움을 마주하는 용기를 갖고 있었다. NYT가 서울로 아시아 헤드쿼터를 옮긴 건 개인적으로도 기쁜 일이었다."
이 기사를 모바일로 보는 무료 독자에게 한 말씀 해달라.
"디지털 유료 구독은 투표외 같다. 좋은 것은 공짜가 없다. 훌륭한 언론은 구독료라는 거름으로 자란다. 거름 없이 언론계는 황폐해지고, 결국 독자와 사회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물론, 돈을 내지 않다가 내는 것이 힘들다는 건 잘 안다. 그래도 커피 몇 잔 값을 디지털 유료 구독에 쓴다면, 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