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등으로 식량안보가 중요 의제로 떠오르며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팜이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옛 소련권 국가들이 모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는 14일 ‘CIS 스마트팜 진출전략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가 스마트팜 도입 초기 단계인 CIS 국가를 대상으로 스마트팜 수출을 강화하기 위해선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개척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카자흐스탄은 농지면적이 세계 6위, 농업 종사자 수가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농업국가다. 하지만 관개 기술이 부족해 가뭄·홍수 등의 피해가 커지고 농지의 사막화가 진행되는 등 다양한 문제를 겪는다. 이에 카자흐스탄 정부는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스마트팜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보고서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농장의 디지털화와 축산분야 스마트팜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이 농업 데이터 분석과 솔루션(문제 해결형 소프트웨어)을 중심으로 진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를 갖춘 현지 기관·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고온·건조한 기후를 가진 우즈베키스탄은 수자원의 90%를 농축산업에 사용할 정도로 물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아울러 우즈베키스탄은 낮은 기술력·인력으로 인해 현재 다양한 스마트팜 육성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우즈베키스탄의 기후에 맞춰 물관리에 관련된 스마트팜 기술을 수출하고 우리나라와 우즈베키스탄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효율적인 시장 진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인구의 30%가 농업에 종사하는 아제르바이잔도 물 부족과 기후변화 등으로 스마트팜 도입에 나섰다. 다만,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기술이 아직 생소한 편이기에 적극적인 실증 사업을 통해 성과를 제시하고 대형 농장에 국산 스마트팜을 시범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러시아의 경우, 이미 네덜란드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러시아 스마트팜 시장에 진출한 만큼 앞선 CIS 국가들과는 다른 방향의 접근이 요구된다. 코트라는 “기존 러시아 시장 진출 기업과 기술의 비교우위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팜의 핵심 품목 중 하나인 발광다이오드(LED)에 주목했다. 고품질·고가격 포지션을 잡은 유럽·일본산 LED와 비교해 중저가이면서 좋은 품질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LED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서방기업의 진출이 주춤한 상황에서 턴키 방식(설계·시공 일괄)의 실내 온실 건설을 수주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벨라루스에선 마케팅 중심의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몽골에선 기술 의존도가 낮은 스마트팜을 수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