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론 연체가 급증하면서 카드업계의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건전성 지표를 강조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을 다량 보유한 카드사는 지주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소매채권에 대한 부도율(PD) 가중치를 조정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각 은행 및 지주회사들은 최근 내부등급법에 대한 자체 신용평가모형 및 리스크측정요소 적합성 검증을 마치고 일부 리스크 측정 요소의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는 소매채권의 예상부도율(PD) 지표가 주요 개편 대상이다.
부도율(PD)은 내부등급법을 적용하고 있는 은행과 금융지주가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데 필요한 리스크 측정 요소다. 과거의 부도사례와 미래 사고 가능성을 고려해 예측치를 산정한다. 예상부도율이 올라갈 수록 지주내 위험자산의 비중도 덩달아 증가한다. 밸류업 정책 등에 따라 자본건전성을 강화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위험자산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은행권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3.8%까지 상승했다. 카드사태 막바지이던 2005년 8월과 동일한 수준이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예상부도율 추정치를 상향할 요인이 충분하다.
자영업자 등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은 지주 전체의 위험자산을 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등 우량 카드사를 자회사로 보유한 KB금융이나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카드론 영업이 썩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실제 KB금융은 최근 금감원에 자회사 KB국민카드의 소매PD 재조정을 위한 보고를 마치고 간편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에 앞서 하나금융 역시도 소매익스포저 가중치 재조정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금융 역시 지주 차원에서는 물론 자회사인 신한카드 역시 소매 신용리스크를 재산출하기 위한 컨설팅에 연초부터 착수한 상황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위험자산에 해당하는 카드론의 신규 승인은 최소화하면서도 실적은 높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지주 단위의 건전성 관리 방침에 비은행계 전업카드사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삼성카드나 롯데카드, 현대카드 등 비은행 카드사에 대해서는 별도의 적합성 검증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단위의 밸류업은 물론 CET1 등 건전성 지표와 배당까지 신경써야 하다보니 경쟁력 확보보다는 지주 눈치를 보며 건전성 확보를 우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은행계 카드사 대비 채권 회수나 신규 대출 승인에 부담이 덜 한 비은행계 카드사들이 지금 같은 국면에서는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