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급등 속 '배드뱅크' 기대감···시장선 '기대 반 우려 반'

2025-05-14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 취약계층의 부채 부담 완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이재명표 '배드뱅크' 설립은 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안전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기존의 민간 부실채권 거래시장이 위축되고 금융회사들의 자체 부실정리 노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서민 금융부담 완화'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장기소액연체채권을 소각할 수 있는 배드뱅크를 설치하고 특별감면제와 상환유예제 등 청산형 채무조정을 적용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후보가 이 같은 공약을 내세운 배경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취약차주들의 상환여력이 큰 폭으로 쪼그라들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8%로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전월보다 0.07%포인트(p) 올랐고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0.84%에 달했다. 특히 국내 은행의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5%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금융시장 흔드는 연체율 급등···부실 확산 조짐 뚜렷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빚 상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차주의 부실 위험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사·PF대출 부실까지 확산되고 있어 금융 시스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부채위기의 구조적 해법으로 배드뱅크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재명 후보는 당대표 시절인 지난 2023년 8월 지도부 회의에서 배드뱅크 설립을 제안했고, 이를 '9대 민생 프로젝트' 공약에 포함시켰다.

민주당은 당시 부동산 PF 부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도약기금'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상설 기금을 설치해 부실자산과 채권을 정리하고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의 향후 처리 여부는 정치권의 논의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드뱅크란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만을 분리 매입해 전문적으로 관리·처분하는 부실자산 정리기관을 말한다. 배드뱅크를 통해 부실자산을 일괄 정리하면 금융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후보는 배드뱅크를 통해 필요시 원금 80%까지 탕감이 가능한 과감한 채무조정을 확대하고, 채무조정 기간 중에는 생계비 지원도 병행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배드뱅크 모델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위기 때 활용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TARP(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으로 금융사 부실자산과 지분을 인수해 시장안정을 꾀했다. 이 같은 적극적 부실정리로 미국은 금융위기를 비교적 신속히 극복했고 공적자금 회수에도 성과를 거뒀다.

독일도 2009년 금융위기 당시 하이포리얼에스테이트의 부실자산을 처리하기 위한 배드뱅크를 설립했다. 손실을 연방기금으로 보전해주되 운영은 민간 전문가들이 투명하게 수행하도록 해 정책 개입의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실효성 논란 속 정책 설계 시험대···책임소재 명확해야

해외 사례에서 보듯 배드뱅크는 시스템 리스크 방지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실자산의 조속한 정리로 금융기관들은 정상영업을 회복하고, 오히려 잉여금을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배드뱅크 설립을 둘러싼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정당성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외환위기 시절인 지난 1997년 11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공적자금 168조7000억원을 투입했지만 회수율은 72.1%에 그쳤다.

배드뱅크 운영 과정에서 부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면죄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실을 초래한 금융회사와 채무자가 상당한 고통분담 없이 세금 지원에 기대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배드뱅크 설계의 투명성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다. 운영 주체, 대상 채권 선정, 손실처리 방식 등 정책 설계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하게 운용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배드뱅크는 대선후보의 핵심공약으로 내걸기보다 플랜B 정책으로 갖고 있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금융기관들이 대출 채권관리를 하지 않아도 정부가 인수해준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하이리스크 선호도만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배드뱅크가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운용 원칙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연체율이 일정 기준을 넘거나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공적자금이 지원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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