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 한화 감독의 야구는 흔히 ‘믿음의 야구’로 표현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끈 김경문 감독이 부진한 이승엽을 끝까지 4번 타자로 기용한 것이 마지막 결승전에 적중하며 올림픽 금메달 신화로 이어진게 시작이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은 프로에서도 두산, NC, 한화를 지휘하며 역대 세 번째 프로 통산 100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까지 커리어로 증명된 베테랑을 인정하고, 뛰어난 재능이나 투지를 가진 기대주에게 확실한 기회를 주는 이른바 ‘믿음의 야구’를 펼쳐왔다.
2025년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 신·구 사령탑 대결은 ‘믿음의 야구’라는 틀에서 비슷한 결을 보인다. 김경문 감독의 플레이오프에서 문동주의 활용법을 보면, ‘믿음의 야구’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문동주를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로 낙점한 것도 길게는 한국시리즈까지 내다본 한 수였다. 올해 확실한 한화의 토종 에이스를 올라선 문동주의 존재감을 인정한 결정이었다.
부진한 ‘젊은’ 마무리 김서현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다방면으로 진행 중이다. 풀타임 마무리로 첫 해 33세이브를 올린 김서현이지만 시즌 후반기에는 불안한 경기 내용이 이어졌다. 김경문 감독은 ‘가을 야구’ 첫판인 지난 18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점 차 리드 상황에서 김서현을 올렸다.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홈런 2방을 맞고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김서현의 자신감을 회복시키기 위한 선수 기용이었다. 그러나 김서현은 이날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2실점하고 내려갔다. 한화의 승리 세이브는 김범수가 챙겼다.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을 아직 전력에서 지우지 않았다. 그는 3차전 승리 뒤 “김서현이 오늘 (9회 등판하지 않아) 섭섭했을 것”이라며 “내일 경기 내용에 따라 김서현도 마운드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만큼은 성공보다 좌절이 많았던 김 감독은 어떤 면에서 더 냉정해진 모습이다.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발언의 수위는 높아졌다.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이번 시즌 33승을 합작한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가 기대에 못미치자 “솔직히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면서 이 정도 밖에 안되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가을 야구’에서도 부진 흐름을 끊지 못하는 엄상백에 대해서는 “(큰 경기를 앞두고)좋은 얘기만 하자”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반면 1976년생으로 현역 사령탑 중에 두 번째로 나이가 어린 박진만 삼성 감독은 부드러운 ‘믿음의 야구’로 주목받는다. 선수들에게 더 확실한 믿음을 준다. 선수들에게 편안함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폰세-와이스-류현진을 상대한 3차전까지 삼성은 상대 선발과 상관없이 똑같은 타순 유지했다. 슬럼프에 빠진 중심타자 구자욱의 부진 탈출도 기다렸다. 3차전에서는 아리엘 후라도가 4·5회 난조를 보인 상황에서도 7이닝까지 맡겼다. 타선 우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어서다.
명 수비수 출신이지만, 경기 중 나오는 수비 실수에도 선수들을 감싼다. 배찬승-이호성으로 이어지는 불펜 필승조에겐 “지금 우리 팀에서 가장 좋은 투수”라며 힘을 실어줬다. 박진만 감독은 새로운 ‘믿음의 야구’를 개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