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밸류업 지수…ETF 출시에 깊어지는 운용사 ‘고심’

2024-10-10

시장 불신 지속에도 금융 당국 눈치 불가피

거래소 종목 수 제한·패시브 독려에 고민 가중

저조한 자금유입 예상에 향후 성과 기대치 낮아

정부 주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본격 가동으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도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밸류업의 핵심으로 거론됐던 밸류업 지수를 향한 시장 불신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성공 확률도 희미해지고 있는 점도 이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내달부터 시장에 등장할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추종 ETF의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첫 구체적 성과인 만큼 이와 관련된 정부당국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한 한국거래소가 운용사 측에 관련 상품의 상장 횟수와 운용 방식 등을 언급해 상품 준비 및 출시 과정에서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거래소는 밸류업 ETF와 관련해 한 운용사당 1종목만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TF 출시 횟수에 제한이 걸리면서 각 운용사들은 패시브·액티브 ETF 중 한 가지 운용방식만을 선택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래소는 국내 ETF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에 패시브 ETF 출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시브 ETF는 기초지수를 90% 이상 추종하는 상품으로 밸류업 지수를 온전히 따라야 하는 셈이다.

거래소가 대형사에 패시브 ETF 출시를 언급하면서 타 운용사들도 액티브보다 패시브에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은 물론 이들과 톱3를 형성한 KB자산운용 역시 패시브 ETF를 준비하고 있다.

이 외 내달 밸류업 ETF 출시 계획을 밝힌 운용사들의 90%가 패시브를 택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출시 시점을 밝히지 않은 운용사들은 해당 요인들을 고려해 밸류업 ETF를 준비 및 논의하는 상태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운용사 관계자는 “패시브 ETF는 기초지수(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을 그대로 추종하는 방식이라 회사별 상품 차별성을 드러낼 수 없다”며 “시장 내에서 밸류업 지수 편입종목을 둘러싼 의심이 커지자 이를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패시브 ETF를 암묵적으로 추천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밸류업 ETF에 유입될 자금이 시장 기대치 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는 기관 투자자들이 대부분 코스피200 지수를 코어(핵심) 전략으로 두고 있는 만큼 밸류업 지수는 세틀라이트(위성)으로 자리잡을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기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상 개인 투자자들은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를 쫓기 위해 대표지수형 대비 테마형 ETF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밸류업 관련 ETF에 대한 시장 관심이 저조할 경우, 정부당국의 목표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기업가치 상향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향후 밸류업 ETF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드러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ETF에 들어오는 자금이 부족하다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별다른 기대효과가 없다고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기에 향후 ETF 성과에 대해서도 전망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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