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한 칼럼] 바람직한 증권과세는 금투세 단일 과세체제

2024-10-11

(조세금융신문=송두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여당의 민생 1호 법안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놓고 시장 참여자 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를 폐지해 증권거래세 단일체제로 전환해야만 주식시장을 살려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금투세 도입에 찬성하지만, 금투세 폐지 여론이 높다 보니 여야가 합의했던 금투세 법안을 밀어붙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기재부의 기본 계획은 대주주 주식양도세 부과기준을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하향한 후, 금투세 전면 과세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었다.

금투세 단일체제가 바람직한 증권과세 체제이지만, 현행법안은 청년세대 등 일반투자자의 계층 열망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대주주 주식양도세가 사실상 폐지된 상황에서 금투세마저 폐지되면, 주식시장이 대주주나 자본권력의 조세피난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일단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고, 금투세 부과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금투세와 연계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금투세가 도입되면, 세수의 원천이 개인투자자인 증권거래세는 온전하게 폐지하는 것이 맞다.

주식시장은 증권거래세, 대주주 주식양도세, 금융투자소득세 등이 얽히고설킨 이중과세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행 체제는 단일 과세체제를 지향하는 국제 표준에도 부합하지 않고, 자본시장 선진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그게 거래세든 금투세든 단일 과세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기재부는 지난 수년간 금투세 단일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했었다. 이를 위해 장기간에 걸친 빌드업 과정을 거쳐 금투세 도입을 위한 제반 환경을 조성해 왔다는 의미다. 여당이 반대하는 금투세 법안도 따지고 보면, 2019년에 여당의 추경호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법안이다.

금투세 전면 과세의 전제 조건은 대주주 주식양도세의 부과기준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일이다. 실제로, 대주주 기준의 하향 조정 과정이 장기간에 걸쳐 아래와 같이 진행되었던 게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무려 20년 동안 제도개선을 추진해 대주주 부과기준을 2000년 100억원에서 2020년 10억원까지 낮춘 바 있다.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은 ▲2000년(100억원) ▲2013년(50억원) ▲2016년(25억원) ▲2018년(15억원) ▲2020년(10억원)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대주주 주식양도세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금투세를 도입하는데 무리가 없다. 기재부의 기본 계획도 후진적인 증권거래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대주주 주식양도세를 금투세 단일체제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여야가 합의한 금투세 부과기준(양도소득 5000만원 이상)이 원안대로 시행된다는 가정하에서, 소득 기준을 자산 기준으로 전환하면 얼추 5억원(연평균 투자수익률 10% 가정시)까지 비과세 투자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정부의 정책 기조가 금투세 도입에서 금투세 폐지로 급선회하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철회하고 주식양도세 폐지로 급선회한 바 있다. 즉, 주식양도세를 폐지해 증권거래세 단일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편, 당시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단일 과세의 틀 안에서 금투세를 살리고 증권거래세를 죽이는 공약을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작년에 시행령을 통해 주식양도세의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다시 2013년 수준인 50억원으로 올렸는데, 이는 대주주 기준을 다시 10년 전 수준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즉, 대주주 주식양도세는 부과 대상이 0.03%에 불과해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주식양도세 폐지에 이어 금투세마저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주식시장은 대주주와 자본권력의 과세할 수단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주식시장이 기업과 자본을 위한 조세피난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금투세 폐지 여론이 높은 게 사실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주식시장만큼은 돈을 벌어도 세금을 안내는 비과세 시장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현행 금투세가 약탈적 제도인 이유는 주식으로 1억원을 벌면 약 1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투세 도입하면 증시 폭락하는가?

지난 8월 증시 충격이 발현하자 정부와 여당은 도입도 안 된 금투세 때문이라며 금투세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상속세를 낮추면 ‘기업 벨류업’이 가능하다는 수준의 비이성적 논리에 불과하다. 주요국의 사례를 들어 증권과세와 주가지수 간의 인과성을 살펴보자.

글로벌 왕따로 전락한 한국증시는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글로벌증시 상승 대열에 합류한 적이 없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는 ‘저금리환경·코로나 유동성’에 힘입어 최소 3~400%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유독 코스피는 2000대 박스권에 갇혀 자산버블 축제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대세 상승은커녕 ‘2021년 3,300’ 고개도 넘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역주행 운행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금투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고, 미국이나 일본 증시는 이미 금투세 단일체제가 정착된 상태다.

국내 증시가 성장을 멈춘 이유는 증시 체질이 허약해 단타 시장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자본시장은 외인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자본이탈시 ‘증시 폭락-환율 폭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단기 투기자본의 유입을 줄이고 장기성 투자자본의 유입을 늘려 외국인투자의 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결코 지금의 박스피 함정에서 탈피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인자본의 체질개선 프로젝트를 가동해 오래 들고만 있어도 돈이 되는 증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금투세, 상속세, 기업 벨류업 등 제도개선 이슈와 증시 체질개선 이슈를 희석해 논점을 흐려서는 안 된다.

논점을 흐리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대만의 양도세 도입과 증시 폭락 사태다. 대만증시가 36년 전에 양도세를 도입했기 때문에 증시 폭락을 경험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한 달간의 증시 구간만 잘라서 보면,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구체적으로, 대만 TWSE 지수는 1988년 양도세 도입 발표 직후 8789포인트에서 6515포인트로 한 달 동안 약 36% 폭락했다.

그러나 양도세와 증시 간 개연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아시아 증시 환경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구간에서 아시안 타이거(한국, 대만 등) 증시는 매년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경험했던 때이며, 증시 역시 실물지표 개선에 힘입어 10년 동안 7~8배씩 급등한 바 있다. 즉, 이들 증시가 모두 사상 유례없는 증시버블에 진입했던 시기다.

특히, 대만은 1988년 양도세 도입 직후 과도하게 올랐던 주가지수가 36% 급락했다. 금투세 폐지론자들이 팩트로 많이 활용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만이 1990년에 양도세를 다시 폐지한 이후에는 불과 8개월 만에 무려 79% 대폭락하는 버블붕괴를 경험했다.

⑴ (1988년 9월) 대만 양도세 도입(한달간 36% 폭락)

⑵ (1989년 5월) 전고점 돌파(사상 최고가 도달)

⑶ (1990년 1월) 대만 양도세 폐지 ▶역사적 버블붕괴(8개월간 79% 대폭락)

금투세 관점으로 보면, 대만의 증시버블은 양도세 도입으로 폭락했고, 양도세 폐지로 대폭락한 것이다. 당연히, 대만의 양도세 사례는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에 가깝다. 대만의 증시 폭락은 금투세 폐지보다 일본의 ‘1990 버블붕괴’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금투세 문제는 증권과세체제의 틀 안에서 제도의 실효성과 효과성을 평가해 실행 여부를 평가하면 된다. 여야가 도입하기로 합의한 현행 금투세 법안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개선해 더 나은 제도로 재정비하면 될 일이다.

일단 ‘금투세’ 도입 유예하고, 금투세의 투자자 보호기능 강화해야

바람직한 증권과세 체제는 금투세 중심의 단일 과세 체제로 재편하고, 증권거래세 등 다른 과세는 점진적으로 퇴출시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투세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은 금투세가 여전히 제도적 측면의 불완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회는 일단 금투세 도입을 잠정적으로 유예하고, 더 나은 제도로 재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 제기는 현행 금투세의 부과기준이 자본시장을 통한 계층 이동 열망을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다. 주식시장이 대주주의 조세피난처로 변질되는 친자본 편향도 제어해야 하고, 1400만 일반투자자의 재산 형성에 적합한 투자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야당이 양도소득이 5000만원 이상이면 과세 대상이 상위 1%에 불과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래 자본소득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일반투자자의 열망을 진화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금투세 부과기준을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주주와 초고액투자자를 제외한 모든 투자자가 비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부과기준을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금투세 부과기준을 1억원으로 상향하면, 전체 투자자의 0.5% 정도가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안의 경우, 연평균 수익률을 10%로 가정하면 얼추 10억원까지 비과세 투자가 가능해진다. 즉, 금투세 범주가 2013년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10억원)과 견줄만한 수준으로 넓어지게 된다.

두 번째 문제 제기는 금투세와 연계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처럼 주식을 오래 들고만 있어도 점진적으로 세금이 줄어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금투세에 장기투자 유인을 탑재하는 높이는 장치는 제도 효율성이나 증시 체질개선 측면에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식투자를 단기와 장기로 구분해 양도소득세를 차등하는 미국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투자 기간에 따라 세율을 인하하는 장기보유공제가 도입되면 장기투자 유인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을 통한 계층 이동 사다리도 더 견고하게 구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투세 도입의 전제 조건인 증권거래세를 전면 폐기해야 금투세 단일 과세체제가 완성될 수 있다. 거래세는 징수 방식이 후진적일 뿐만 아니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는 늘 증권거래세 폐지에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표면적인 이유는 사치세 성격의 농특세(0.15%)가 거래세에 편입된 것은 맞지만 엄밀히 따지면, 거래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농특세 사업계정을 금투세 계정으로 옮겨 해결할 수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가 금투세 도입의 전제 조건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프로필] 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

◾ 전) NH금융연구소장(NH금융지주)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파급효과 진단,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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