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 ‘한미 원자력 에너지 협력’이 성과를 내려면 양국의 공동 테스크포스(TF) 구성과 금융 지원 모델 등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인협회가 9일 한국원자력산업협회와 함께 개최한 ‘한미 원자력 에너지 협력 포럼’에서 “한미 정부가 공동 TF를 구성해 협력의 틀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타이틀17을 활용한 금융모델 설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RA는 신규·증설 원전 설비에 투자액의 최대 30% 세액공제(투자세액공제·ITC)나 생산량(㎾h)당 0.3~1.5센트의 생산세액공제(PTC)를 선택적으로 제공한다. 타이틀17 프로그램은 미 에너지부가 청정에너지 확대를 위해 프로젝트 비용의 최대 80%를 대출 보증하는 제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행정명령을 통해 원전 발전 용량을 5기가와트(GW) 증설하고 2030년까지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할 것을 에너지부에 지시했다. 미국은 지난해 100GW 수준이었던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대규모 확충 계획은 한국 원전 기술 기업들에 기회라는 평가다. 마이클 현 미국 PSEG 최고사업책임자(CCO)는 “AI(인공지능), 전기화,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신규 원전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건설·디지털 기술·공급망 관리에서 검증된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은 미국 원전 프로젝트의 리스크와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PSEG는 뉴저지주를 중심으로 송·배전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해당 주 전력의 약 40%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풍부한 원전 건설 경험은 유리한 조건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지난 30년간 한국은 신규 원자로를 18기 건설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의 건설 실적(4기)보다 약 4.5배 많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한국 원전의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역량 등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온 타임 온 버짓은 정해진 예산, 정해진 기간(工期·공기)에 프로젝트를 끝낸다는 뜻이다.
이날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전 세계는 극한기후와 기후변화, 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은 원전 건설에 대한 기술력과 안정성, 세계적 수준의 공급망 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