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연 통해 관심·흥미 유도
친숙함 속에서 미래 선택 제시
은퇴 시니어 과학기술인 모아
후진양성·창의성 육성 활용도
2024년 과학 관련 노벨상 수상자의 특징은 인공지능(AI) 관련 과학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 청소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를 예측해보면 AI 기술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척 발달할 것이다. AI를 활용하는 방법은 고등학교나 대학 또는 전문기관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다. 마치 지금 컴퓨터나 핸드폰의 사용법을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하듯이 말이다. 벌써 AI를 이용해서 논문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컴퓨터가 대중화한 이후 대학에서 과제를 내보면 많은 학생의 리포트가 서로 비슷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과제는 유사한 제목의 해답이 컴퓨터에 있어서 학생들이 쉽게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앞으로 AI를 이용하면 과제를 더욱더 쉽게 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AI 시대에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력인데 AI를 많이 이용할수록 창의력을 키우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배우고 해결하는 이공계 대학의 진학률은 더욱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1980년대에 100명의 청소년 중 50여명이 이공계로 진학했다면 미래에는 20명 이하가 이공계로 진학할 것이고, 국가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어 국가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청소년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겠지만, 이공계 진학률을 늘리는 것은 우리가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공계 진학을 늘리는 방법의 하나는 청소년에게 과학강연을 통해서 과학기술자의 장점과 매력을 알려줘 과학 기술에 관심과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작년에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서 과학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학생들의 수강소감문을 보면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실제로 로켓을 개발했던 과학자를 학교에서 직접 만나 경험담과 항공우주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상당히 인상 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강연 후 학교 인근의 도로에서 만난 학생들이 인사를 하며 사진을 같이 찍고 싶다고 하고, 사인해달라는 학생도 여럿 만났기 때문이다. 물론 진로를 이공계로 바꾸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올해도 과학창의재단의 과제로 대전과 세종시에서 과학강연을 여러 차례 했는데, 대부분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석하였다. 요사이 젊은 부모 중에는 자기 자녀가 과학 기술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중에는 특별히 과학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학생도 있지만, 과학관을 방문하고 과학 잡지를 보고 과학자 강연을 듣다 보면 많은 청소년이 과학을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은 많은 청소년이 다양한 분야의 과학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줘 과학과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과학 분야를 찾게 하여, 과학기술자의 꿈을 갖고 창의력을 키우게 하면 노벨상을 받는 훌륭한 과학기술자를 많이 배출하는 토양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자로서 오랜 시간 동안 국내의 과학 기술을 발전시킨 경력과 다양한 현장 경험이 있는 시니어 과학기술인들이 매년 수백 명 퇴직하고 있다. 은퇴 시니어 과학기술인들을 후진 양성과 청소년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활용하는 것이 국가 미래의 경쟁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모임인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의 청소년 과학강연 과제와 예산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과학창의재단의 1년 예산이 1000억원이 넘는데도 1년에 2000만~3000만원짜리 과학강연 과제 하나 배정받기도 쉽지 않다.
청소년을 위한 과학강연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부에서 고경력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다양한 후진 양성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이를 촉진할 부서를 만들어 과학창의재단의 예산 중 비영리 시니어 과학기술인단체만 참여할 수 있는 예산과 과제를 별도로 만들고, 예산도 좀 더 늘리기를 요청한다. 고경력 시니어 과학기술인들의 청소년 대상 과학 활동 예산을 늘리는 것은 시니어 과학기술인들의 노후 복지를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 많은 청소년에게 과학기술자의 꿈을 갖게 하여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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