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협 인사서 드러난 노동진 회장 영향력…‘성접대 무혐의’ 뒤 요직 인사

2025-10-27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유흥업소 ‘성접대 의혹’ 무혐의 처분 이후 당시 술자리 동석자들을 잇달아 주요 보직에 임명하면서, 인사 과정 전반에 회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협 비상임이사와 각종 위원회 위원 선임 구조가 회장 추천과 이사회 의결을 중심으로 짜여 있어, 형식상 견제 체계가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 회장은 유흥업소 술자리 참석자 5명 중 4명을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노량진수산시장 비상임이사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직책에 임명했다.

이 중 한 명은 선임 직후 첫 이사회에서 노 회장 추천으로 ▲경영평가 및 보상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위원회는 대표이사와 상임이사의 경영성과 평가 및 성과급 지급 여부를 심의·결정하는 기구다.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노 회장의 수당 인상안이 상정됐고, 이 인사는 여기에 찬성표를 던졌다.

수협중앙회는 협동조합 형태로, 전국 조합장들이 회원 겸 주주 역할을 한다. 비상임이사와 각종 위원회 위원은 본래 회장의 경영 활동을 견제하고 내부 통제를 담당하는 사외성(社外性) 인사다.

그런데 인사 추천과 의결 과정에서 회장의 추천권이 작용할 경우, 견제와 감시 기능이 실질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특히 ‘경영평가 및 보상위원회’는 회장과 상임이사의 성과급 지급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다. 이 위원회에 ‘성접대 의혹’이 제기됐던 사건의 동석자가 참여하고, 해당 인사가 회장 수당 인상안에 찬성했다면 이해충돌 방지가 적절히 이뤄졌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 측은 비상임이사 인사에 대해 회장 마음대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이고, 다른 조합장들의 동의 여부가 인사에 중요하게 반영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사 구조상 회장의 영향력이 형식적으로 제한돼 있어도, 실제 절차 전반에 걸쳐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미애 의원실 측은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인물들이자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진 4명이 임명된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노량진수산시장 비상임이사,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 위원장 등 직책에서 회장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먼저 비상임이사의 인사 절차에 대해 임 의원실 관계자는 “비상임이사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인물을 총회에서 찬반투표로 선출한다. 형식상 회장이 위원을 직접 위촉할 순 없지만, 회장의 영향력을 배제하긴 어려운 구조”라며 “인사추천위원회는 총 5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1명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회장과 협의해 추천하고, 2명은 회장이 구성과 운영에 관여하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위촉한다. 나머지 2명은 수산 관련 단체 및 학계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가 선임하지만, 이 추천 의뢰 절차를 회장이 ‘규약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즉 수협중앙회장이 비상임이사 인사 과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대해 임 의원실 관계자는 “은행장추천위원회의 경우 총 5명으로 구성된다”면서 “2024년 8월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는 수협중앙회장 추천 몫 2명, 기재부장관 추천 1명, 해수부장관 추천 1명, 금융위원장 추천 1명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은행장추천위원회 위원장 선임 과정에서도 수협중앙회장의 추천권이 일정 부분 작용하는 것이다.

또 임 의원실 관계자는 ‘경영평가 및 보상위원회’ 위원의 임명에 대해 “회장이 당연직 위원장으로 참여한다”며 “조합장인 비상임이사 3명과 조합장이 아닌 비상임이사 2명으로 구성되는데, (경영평가 및 보상위원회) 위원 5명은 회장이 추천해 이사회가 위촉한다”고 전했다.

결국 수협 비상임이사와 각종 위원회 위원 인사 시스템 전반에 회장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관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임 의원은 본지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도덕적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협동조합은 투명성과 신뢰가 생명인데 이런 인사는 조직 전체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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