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명에게 376억원 가로채
국제수사공조…강제 송환
해외에서 취업을 미끼로 모집한 한국인 상담원들을 불법 감금하고, 수백억원대 투자사기를 벌인 범죄조직의 총책이 국제수사공조를 통해 검거됐다.
대구경찰청은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이 만나는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투자리딩사기 조직을 만들고 피해자 464명에게서 37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총책 A씨(30대)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라오스 한 국제공항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하려다 현지 경찰에 덜미를 잡혀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경찰은 지난해 5월 A씨와 함께 범행을 일삼은 또 다른 총책 B씨 등 74명을 검거한 바 있다. A씨는 공범들이 붙잡힌 뒤에도 해외에 머물며 범행을 이어가다 붙잡혔다.
수사결과 총책 A씨 등은 관리팀·모집책·해외 상담원·국내 텔레마케팅(TM) 사무실 등으로 조직을 구성해 범죄를 일삼았다.
관리팀은 해외 조직원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면서 상담원 교육과 통역 등을 담당했다. 모집책은 고수익을 미끼로 “해외에 취업시켜주겠다”고 한 뒤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비행기표를 구매해주는 등 해외로 유인했다.
또한 국내 TM 운영자들은 광고 대행사로 위장해 알 수 없는 경로로 구입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하거나 오픈채팅방으로 초대해 해외조직이 개설한 단체 채팅방 또는 일대일 채팅방으로 유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해외 상담원들은 유명 투자전문가의 매니저를 사칭하면서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특정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카카오톡 대포 계정을 이용해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로 수익을 낸 것처럼 ‘바람잡이’ 역할로 피해자들을 꼬드겼다.
경찰은 A씨 등이 투자 관련 라이브 방송을 보거나 퀴즈 이벤트에 참여하면 현금으로 인출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의 수법을 썼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설치한 앱에서 투자하면 수익이 난 것처럼 포인트를 조작해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후 비상장 가상자산을 매수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피해자들이 환급을 요구하면 수수료를 내야 돈을 출금할 수 있다며 시간을 끌다가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인된 범죄수익금 256억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해외 조직원의 행방과 함께 피해 회복을 위해 범죄수익금을 계속 추적할 예정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가상자산이나 비상장주식, 선물투자 등을 유도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