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일본대사관 주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주한일본대사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매년 양국 간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60년은 한 주기가 완성되는 시점이라며 한일 관계가 새로운 협력의 시작점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주한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일 양국은 1965년 6월22일 한일 기본조약과 부속 협정을 체결하며 국교를 정상화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일한 관계는 지난 60년간 좋은 시기도 나쁜 시기도 있었지만 양국 선인들의 노력으로 크게 발전해 왔으며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가 확대됐다"며 "일한 관계의 발전은 숫자를 보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1965년 당시 50만달러(약 7억원)에 불과했던 일본의 대한투자는 작년 세계 1위인 61억2000만달러(약 8조3200억원)까지 증가했다"며 "또 양국 간 왕래는 1965년 당시 연간 1만여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00만명을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동향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61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의 57억9000만달러(약 7조8700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일본대사관 주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에서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본 총리 보좌관, 주호영 국회부의장 겸 한일의원연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등이 기념 건배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미즈시마 대사는 "지금은 단 하루 만에 1965년 전체의 3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양국을 오가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교류와 더불어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도 크게 진전되고 있다"며 "일한 관계가 긴밀해지고 발전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라고도 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문제에 서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면서 "일한 양국을 둘러싼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일한 관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께서 첫 전화 회담을 통해 전략 환경이 엄중해지는 가운데 일한 관계, 일한미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일치했다"며 "앞으로 양국 정부가 긴밀히 의사소통하며 일한 관계를 안정적으로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60년은 일한 양국이 함께 위치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갑자(甲子)가 한 바퀴를 도는 '환갑'에 해당한다"며 "일한 국교정상화 이후 한 바퀴를 돈 것으로, 일한 관계가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양국의 미래를 짊어질 미래세대를 뒷받침하며 다음 두 번째 바퀴도 힘껏 달려 일한 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지금까지 일한 관계를 지탱해 오신 양국의 은인들께 감사의 마음을 새기며 국교정상화 60주년 슬로건처럼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일본대사관 주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는 1972년 개교한 서울 일본인학교 초등부가 부르는 합창으로 시작됐다. / 사진=김인한 기자
이날 행사는 1972년 개교한 서울 일본인학교 초등부가 부르는 합창으로 시작됐다. 또 일본 전통문화 체험 부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전시 등도 마련됐다. 일본 전통주(니혼슈) 시음 부스와 일본의 꽃꽂이 문화인 '이케바나 꽃꽂이 체험'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
행사에는 양국 정부 관계자와 한일 교류에 힘써온 경제계·학계 인사, 외교단, 국회의원 등 약 1000명이 행사장을 메웠다. 미즈시마 대사와 주호영 국회부의장(한일의원연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무대에 올라 '가가미비라키'(鏡開き·사케가 담긴 술통을 망치로 두들겨 깨는 의식) 퍼포먼스를 통해 우의를 다졌다.
무대 앞쪽에는 1965년 12월18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조약 비준서 교환식에 사용된 병풍이 전시됐다. 이 병풍은 2015년 수교 50주년 행사 때 선보였던 것으로, 조선시대 문인 송강 정철이 쓴 '성산별곡' 구절이 쓰여있다. 병풍은 한일 양국이 6폭씩 나눠 보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