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산업현장의 ‘빨리빨리’ 문화, 재해 예방에도 적용돼야

2025-04-23

4월 28일은 세계 산업재해 근로자 추모의 날이다. 1993년 태국의 장난감 공장 화재로 사망한 188명의 근로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기원이 됐다. 이후 참사를 기억하고, 산업현장의 사고와 질병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996년부터 추모의 날로 제정됐다.

한국은 노동단체가 중심이 돼 2001년부터 매년 이날 산재 근로자 추모행사를 해 오던 것을 올해부터 법정기념일인 ‘산업재해 근로자의 날’로 지정하고 관련 행사를 갖는다. 법정기념일 지정의 진정한 의미는 ‘추모’에 머무르지 않고, 왜 그러한 희생들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는 ‘빨리빨리’라는 고유의 국민성과 함께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6000달러를 넘어섰고,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달성했다. 이런 성과는 K팝·K푸드 등 K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일터에서의 안전보건도 이러한 성장세와 함께 갔으면 좋았겠지만, 매년 800여 명의 근로자가 일터에서 숨지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고로 사망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다. 여기에는 ‘안전’과 ‘빨리빨리’가 상극인 것도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안전을 빠름을 좋아하는 국민성을 거스르지 않고 지켜낼 수는 없을까?’라는 고심 끝에 떠오른 것은 산업안전보건에 ‘빨리빨리’ 문화가 접목된다면 어떨까, 하는 역발상이었다. 다시 말해 ‘안전과 빠름은 하나다’라는 인식이다.

우리 경제나 사회가 ‘빨리빨리’ 문화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 온 것처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산업현장의 안전보건의 수준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산업현장에서 ‘빨리빨리’는 그동안 부주의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산업재해 빅데이터를 분석한 ‘산재 예방 인공지능(AI)’이 3개월간 산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종과 지역을 예측하고 알려준다. 일터에서의 ‘산재 예방 AI’는 사업주의 안전관리 부담을 덜어주고, 현장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인식해 사고를 예방해 주는 시대로 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 순기능을 했던 빨리빨리 문화가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안전도 ‘빨리빨리’가 가능한 시대에 와 있고, 우리는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안전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 안전이 가장 빠른 길이다. 함께하는 안전은 더욱 빠르다.

김현중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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