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DSR 완화로 해결?…"인프라 확충, 일자리 창출 우선"

2025-04-14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공급과잉·고금리·고분양가 등이 꼽히는 가운데,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이들 요인이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대비 공급이 많은 데다 분양가도 상승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후 미분양'이 급증했다는 분석인데, 단기적인 금융 대응은 거시건전성 감독 차원의 조치에서 그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보다 건설사들이 자구노력을 펼치고, 지방에 사람들이 몰릴 수 있도록 정부가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마련부터 선결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14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금융브리프 포커스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와 거시건전성 감독 차원의 금융정책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고금리 장기화, 분양가 급등, 공급과잉 등의 여파로 지난 2022년 이후 비수도권과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 규모는 지난 2021년 9월 말 1만 4000호를 기점으로 이듬해 2월 7만 5000호까지 급증한 바 있다. 이후 신규분양이 감소하면서 올해 2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 규모는 7만 61호(수도권 1만 7600호, 비수도권 5만 2467호)로 추산된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방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말 현재 악성 미분양 호수는 총 2만 3722호(수도권 4543호, 비수도권 1만 9179호)로 전체 미분양의 33.7%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22년 말 11.0% 대비 약 23%p 급증한 수치다.

다만 금융연구원은 미분양 증감 요인에 의문을 표했다. 수요공급 측면에서는 '주택의 공급과잉 여부'를,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는 '경기변동, 금리 수준 및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인구구조 급변' 등 구조적 요인이 지역별 양극화 현상을 유발하면서 수도권과의 편차를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실제 금융연구원이 수도권·5개광역시(세종시 제외)·기타 지방(8개도) 등으로 구분해 실증 분석한 결과, △주택공급 증가율 △재고주택가격 대비 신축분양가격 비율 △시장금리 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전체 미분양 증가율에 영향을 미쳤다. 또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미분양 증가율이 이들 변수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금융연구원은 미분양 주택이 늘어날 경우 △기존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부실 확대 △신규사업 축소 △건설업 부실/폐업 및 관련 취업자 감소 등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은 지방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급격한 대출한도 축소가 지방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까닭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12월 건설업계와의 만남 이후 비수도권 DSR 규제 완화를 거듭 시사한 바 있다. 아울러 은행별 경영계획에 비수도권 가계대출 목표치를 높게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침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3단계 스트레스 DSR를 오는 7월부터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못을 박았다. 다만 지방은행의 가계대출만 연간 증가율의 경상성장률 초과를 허용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DSR 3단계 도입을 앞두고 비수도권에만 규제를 일부 푸는 '핀셋규제'를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비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한 대면·비대면 주담대 최대 대출기간을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린다.

신한은행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인 4개 지역(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을 제외한 지역의 유주택자 주택구입자금대출을 허용키로 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비수도권 지역에서만 최장 대출기간을 40년으로 늘렸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서울지역에서 유주택자 주담대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도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규제 완화가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 미분양 및 악성 미분양 증가의 주된 원인이 공급과잉과 고분양으로 인해 자산가치 상승 기대가 크게 꺾인 데 있다"며 "DSR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유효한 주택 수요로 연결되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DSR 규제 완화는 DSR 제도의 본래 목적인 상환능력범위 내 대출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도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보다 단기적으로 건설사들이 자구노력을 펼치고, 이를 바탕으로 단계별·지역별 공급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만일의 상황까지 고려해 정부가 세제 감면 및 공공의 미분양 주택 매입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세제 지원 및 유사시 공공의 미분양 주택 매입 확대-임대 활용 방식 등을 통해 지방 미분양 주택이 준공 후 악성 미분양 주택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유동성 및 세제 지원 등을 통해 PF 사업을 정상화하고, 지역별로 특화된 공급관리대책을 통해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인프라 부족과 일자리 등 지방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같은 금융조치도 일종의 '대증요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지방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는 결국 지역별 거점도시 육성을 통한 교통망, 병원, 교육 등의 인프라 확충과 특화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근본 해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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