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적인 쌀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최근 ‘레이와 쌀 소동’이라고 일컫는 쌀 수급 대란이 펼쳐지고 있다. 기후위기·고령화 등 쌀 생산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본 사례를 참고해 국내 쌀산업 정책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농협 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최근 일본의 쌀값 급등 사태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는 일본 쌀값 급등 현상이 단기적인 수급 불일치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2022년산 쌀 생산량은 670만t으로 2021년보다 31만t 감소했으며, 2023년에는 661만t의 쌀이 생산됐다. 반면 2022년산 쌀을 소비하는 2023년의 쌀 수요량은 691만t으로 21만t의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수요량이 14만t 늘어 일본 내에서 44만t의 쌀이 부족해졌다. 이같은 일본의 쌀 수급 불일치 규모는 2003년 이후 최대치다.
수요량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관광객 증가와 빵·면류 가격 상승이 꼽힌다.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방일 관광객은 321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면서 이들이 소비한 쌀도 같은 기간 3만2000t 늘었다. 2022년 일본의 빵·면류 가격은 2020년에 비해 20% 상승한 데 반해 쌀값은 오히려 하락하며 소비자 수요가 밀에서 쌀로 이동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8월 ‘난카이 해구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보) 발표 이후 생겨난 쌀 수급 불안 심리가 사그라지지 않은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이번 ‘레이와 쌀 소동’에 주목해 우리 쌀 정책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현 농협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매년 쌀 소비량이 감소해 주식용 쌀 생산 감축은 불가피하지만, 기후위기 등으로 일본처럼 쌀 수급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급진적인 생산 감축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쌀 생산면적을 줄이더라도 생산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사료용 쌀 재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료용 쌀은 작물 재배와 유통과정이 주식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전환 부담이 적고 국내 타작물과 경합하지 않으며, 수입 사료작물의 대체효과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쌀 생산 회복력 확대를 위해 사료용 쌀 재배면적을 2008년 1000㏊ 수준에서 2023년 13만4000㏊까지 늘리기도 했다.
보고서는 사료용 쌀의 재배면적을 늘리기 위해서는 사료용 쌀의 생태계 구축이 선행돼야 하며 단가 차이 보전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