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삭거름 시기 앞두고 집중홍보
권고량은 재배 면적 10α당 7∼9㎏
농가, 더 많은 수확위해 과다 사용
단백질 함량 높아 품질 ↓… 도복 위험 ↑
표준량 시비 땐 온실가스 감축 효과
정부, 단백질량 기준 차등수매 검토
자발적 참여 유도로 감비정책 정착

고품질 쌀 생산과 환경 보전을 위해 비료의 사용 방식(시비)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비료를 과도하게 투입할 경우 오히려 ‘밥맛’이 떨어지고, 토양 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문제까지 초래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벼 농사를 짓는 농가 전체에 ‘적정시비’를 권고하고 있다. 생산량을 줄이고 품질 높은 쌀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벼 재배에서 올바른 비료 사용법은 품질 향상과 수확량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다. 그러나 상당수의 농가에서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수확을 위해 표준 사용량을 초과하는 질소질 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가 권고하는 적정시비는 재배 면적 10a(아르)당 7∼9㎏이다. 특히 7㎏만 사용할 경우 생산량은 소폭 줄어들더라도 품질이 좋은 쌀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농가들은 이 적정 수준의 2배(13.5㎏/10a)에 가까운 비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과다시비가 쌀의 품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벼 키가 너무 자라 도복(쓰러짐) 위험 증가, 토양 산성화, 수질 오염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표준 시비량인 10a당 7∼9㎏ 수준을 초과할 경우 단백질 함량은 7.0∼7.5% 수준까지 상승하고, 밥맛에 영향을 미치는 아밀로스 함량도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적정시비를 할 경우 단백질 함량은 6.4∼6.5%, 아밀로스 함량은 17∼18% 수준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설익은 밥처럼 질감이 딱딱하고 찰기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한, 질소 과다 사용은 도복 위험도 높인다. 벼가 영양분을 과도하게 흡수하면서 줄기가 길어지고 약해져 강풍이나 집중호우에 쉽게 쓰러진다. 도복이 발생할 경우 수확량은 물론, 품질도 급격히 저하된다. 여기에 비료 성분이 지하수나 하천으로 유입돼 수질을 악화시키고, 질소가 공기 중 온실가스로 배출되면서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료 감축의 환경적 효과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벼 재배 시 질소질 비료를 기존보다 2㎏(10a당) 줄이면, 전국 기준 연간 3만t가량의 요소비료 투입량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생산비 절감뿐 아니라, 비료 생산 및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질소 시비량을 1.5배 초과해 사용하는 농가와 비교해 표준량만 사용할 경우 약 33.3%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시비를 통한 고품질 쌀 생산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질소질 비료 사용량을 적정시비로 했을 때 쌀 수량은 평균적으로 약 8% 감소했지만, 단백질 함량이 낮아지고 품질은 오히려 향상됐다.

정부는 감비(비료 감축) 정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전국 농가 대상 집중 교육과 홍보를 병행하고 있다. 교육 대상은 일반 소농보다는 전업농과 임차농, 이모작 농가, 위탁영농법인 등 규모가 큰 농가 중심이다. 여름철 영농교육과 좌담회, 지역별 들녘경영체 회의 등을 통해 현장 맞춤형 지도를 강화하고 있으며, 농협 및 생산자단체와 협업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홍보 수단도 다양하다. 마을 방송·문자메시지·반상회보 등을 활용한 생활밀착형 정보 제공은 물론, 농협 창구에는 정부 제작 전단지가 비치된다. 캠페인 기간에는 현수막 등을 통해 집중 홍보가 이루어진다. 특히 논 토양준비 시기인 ‘밑거름’과 ‘이삭거름’ 주는 시기에 적정시비를 집중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농가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도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비축미와 RPC(미곡처리장) 수매 단계에서 단백질 함량을 기준으로 차등 수매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백질 수치가 낮을수록 수매가가 높아지는 구조를 통해 농가의 품질 중심 생산을 장려하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정부는 벼 품종 육종 과정에서도 도복에 지나치게 강한 품종은 지양하고, 적정시비와 연계된 친환경적인 재배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품종 개발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구조적 전환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홍보를 넘은 실질적 수익 보전책과 장기적 인식 전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의 품질을 결정짓는 것은 단순한 수확량이 아닌 소비자의 입맛”이라며 “쌀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환경까지 고려한 시비 체계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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