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험 농작물’ 경영안전망 만든다

2025-04-17

정부가 한국형 ‘비보험작물 재해 지원프로그램(NAP)’ 구축에 나선다. 기존 농작물재해보험에서 제외된 품목을 대상으로 경영안전망을 만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안에 완료한다는 구상이지만 제도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형 NAP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을 이달 중 실시할 것으로 파악됐다.

NAP는 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작물을 대상으로 한다. 비보험 품목 농가가 정부에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납부하면 재난·재해로 피해를 봤을 때 이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보험 대상이 되려면 보험료율 산출을 위해 정확한 수확량 통계 작성과 위험 분석이 가능해야 하고, 생산규모도 일정 수준이 돼야 한다. NAP는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품목도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은 1994년부터 NAP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한 방편으로 농작물재해보험과 농업수입안정보험을 운용하고 있지만, 대상이 일부 품목에 한정돼 이같은 안전망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2025년 기준 가입 품목은 농작물재해보험 76개, 농업수입안정보험 15개에 불과하다. 농지면적 기준으로도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2024년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대상 농지면적은 124만7328㏊로, 통계청이 추산한 전체 경지면적 150만4615㏊의 82.9% 수준에 그친다. 적잖은 농가가 보험이란 방패막 없이 재해·재난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영남권을 할퀸 ‘괴물 산불’에도 송이·산나물 등 농가들은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탓에 큰 피해를 보고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기후위기에 따른 농업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보험 사각지대를 메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김영준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전공 교수는 “선진국은 다양한 위험관리방안을 겹겹이 구성해 농가 보호와 경영안정에 힘쓴다”며 “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한국형 NAP로 비보험 품목 농가에 경영안전망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미국 제도를 분석하고 이를 벤치마킹해 우리 실정에 맞는 체계를 고안할 전망이다. 미국은 NAP 가입 농가로부터 납입금을 받고 농가가 50% 이상의 수량 손실을 봤을 때 일정 부분을 보상해준다. 농가는 추가 비용을 내면 보장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형 농가소득·경영 안전망’ 구축방안을 내놓으면서 한국형 NAP를 제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연구용역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제도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연구용역이 끝났다고 해도 바로 제도화되기는 쉽지 않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추진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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