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팬데믹 후보" 꼽히는 ‘조류 인플루엔자’ 백신 비축 어려운 이유

2025-04-18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의 인체감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AI 등 신종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치료제와 백신과 같은 물자 비축 관련 5개년 계획을 내놨다. 예산·기술 부족으로 최근 유행하는 AI 바이러스를 예방할 백신 확보가 어려워 향후 유행에 대비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제2차 국가비축물자 중장기계획(2025~2029)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비축이 필요한 의료·방역 물품을 재검토하고 세부 운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AI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이에 대응할 항바이러스제와 백신 비축이 주요 과제로 담겼다.

AI는 이름처럼 조류에서 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지만, 포유류가 걸리기도 한다. 최근 들어 인체 감염 사례도 늘고 있다. AI 바이러스 중에서도 인체감염을 주로 유발하는 유형은 고병원성의 H5N1형으로, 치명률이 53%에 달한다. 미국에서 올해 초 첫 사망자가 나온 데 이어 이달 초 멕시코에서도 3세 아이가 사망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인체감염 사례가 없었지만, 지난달 16일 야생 삵 폐사체에서 H5N1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있다.

질병청은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비해 항바이러스제(치료제)를 전 국민의 25%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비축하고, 비축관리를 효율화해 폐기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AI 감염 시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타미플루를 활용할 계획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타미플루 복제약을 가장 많이 비축하고 있다”며 “비축 계획을 수립할 때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효과성은 충분히 검증했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고려대 석좌교수는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생기면 효력을 상실하지만, 아직 그런 바이러스는 1% 미만이라 타미플루가 (치료제로)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AI 감염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백신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질병청은 이번 중장기계획에서 “AI 국내 유입에 대비하기 위해 백신을 비축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확보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백신 비축을 위해 요청한 예산 70억원이 지난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또 어떤 백신을 확보해야 할지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국내에는 제약사 GC녹십자가 개발해 2015년 식약처 승인을 받은 AI 백신이 있지만, 최근 유행하는 AI 바이러스 예방에 유효할지는 불분명하다.

김우주 교수는 “AI가 장시간 유행하면서 고병원성 H5 유형도 세분화 됐다”며 “(식약처 승인을 받은 백신은) 이미 오래 전 유행한 클레이드1 바이러스에 대해 만들어진 백신이라 최근 유행하는 클레이드 2.3.4.4b 계통에 대해서는 당연히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이미 백신 대량생산 예약을 걸어놓는 등 비축을 해놨다”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때도 백신 선구매가 돼있지 않아 질타받았다. 이번에는 설사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리 백신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하반기에 2차 추가경정예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 다시 (백신 비축 예산을) 요청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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