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연구
쿠팡의 인사채용 총괄이사 진교언(39)씨는 입사 8년 만에 사원에서 임원급으로 ‘로켓 승진’했다. 대학에서 세무ㆍ회계를 전공한 그는 쿠팡 합류 전 대기업 영업직과 헤드헌팅 회사를 거쳤다. 인사 업무는 2016년 쿠팡에 입사하면서 시작했다. 테크, 리테일, 물류 자동화 기술 등 관련 분야 현장의 인재를 발굴에 쿠팡으로 끌어 모았다. 그가 쿠팡 입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직원만 1000명이 넘는다. 진씨는 “쿠팡에선 스스로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무한하게 주어진다”면서 “근속 연수나 전공, 경력 등과 무관하게 고객 만족의 성과를 입증하면 승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쿠팡에서 진씨와 같은 30대 리더나 임원 발탁은 ‘파격’이 아니다. 단기간에 승진을 거듭한 이들이 적지 않다. 입사할 때는 낮은 직급이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상급자를 추월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기도 하다. 이런 경우에도 ‘‘후배 밑에서도 일할 수 있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 필요가 없고, ‘승진에서 밀려서 어쩌냐’고 위로하는 분위기도 없다. 말 그대로 ‘성과주의’에 충실한 인사 원칙에 쿠팡 직원들은 익숙해 있다.
쿠팡은 규모로 따지면 대기업이다. 2021년 처음 공시 대상 대기업집단에 지정됐으며, 자산 총액 기준 재계 27위(2024년)로 몸집이 커졌다. 하지만 쿠팡 고위관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다. 겸손일까, 엄살일까.
쿠팡의 전직 임원은 “쿠팡은 물류와 유통 분야에서 쟁쟁한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고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면서 “후발주자인 쿠팡이 다른 대기업과 같은 기득권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면 얻을 게 없다.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공급가 협상에서 쿠팡이 큰 목소리 낼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대기업이길 거부하는 쿠팡. 이 애매한 정체성은 쿠팡의 조직문화에도 투영돼 있다. 직급과 상관없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문화나 정밀한 평가를 거쳐 보상하는 방식은 스타트업답다. 하지만 조직이 비대해지고 상장 기업이 되면서 스타트업처럼 도전과 실패를 반복할 수만도 없는 처지다. 쿠팡 성장의 연료, 특유의 조직문화는 계속될 수 있을까.
쿠팡연구 5회 핵심질문
Q1. 직장으로서의 쿠팡, 다닐만한 곳인가
Q2. 통역사만 200명, 외국인 임원 왜 많을까
Q3. 쿠팡은 계속 스타트업처럼 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