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분석가(相親分析師)
최근 중국에 소개팅 상대를 대신 분석해 주는 일자리가 있어 화제다. 자칭 ‘소개팅 분석가’는 상대방 프로필을 보내면 그 내용을 토대로 소개팅 상대의 배경과 성격을 금방 분석해 낸다. 예를 들어 ‘집이 있다’라고 하면 그 집은 본인 소유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거나 ‘키가 176cm’라고 하면 대개 175cm가 안 될 가능성이 높으며, ‘만약 자기소개에서 체중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열에 아홉은 뚱뚱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식이다.
사실 이 직업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보다 퍼포먼스적인 요소가 더 크다. 일부 소개팅 분석가는 분석 과정을 짧은 영상으로 만들거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입담이 좋은 분석가는 한 달에 팔로워가 수십만 명씩 늘기도 한다.
최근 중국에는 어떤 직업이 등장했을까?
중국의 직업은 매년 7월 말에 발표되는 ‘국가직업분류대전(國傢職業分類大典)’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여기에 포함된 직업은 이미 일정 규모를 갖춘 것으로 간주하는데 올해는 인력자원사회보장부(人力資源社會保障部),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國傢市場監督管理總侷), 국가통계국(國傢統計侷)에서 19개의 새로운 직업과 28개의 새로운 직종을 ‘국가직업분류대전’에 정식으로 포함했다.
새로 추가된 직업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생활 속 다양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직업이다.
예를 들면 스키 순찰 구조원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중국의 스키 종목 레저를 즐긴 인구는 무려 5482만 명에 달했다. 스키는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지만 ‘슬로프의 끝은 정형외과’라는 농담이 있을 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2013년 초, 중국에서는 스키를 고위험성 스포츠로 지정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안전요원이나 구조 요원의 수는 많지 않았다.
과거에는 스키 강사가 구급 대원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이들이 부상 상태에 대한 진단을 내리거나 긴급 구조에 관한 기술을 갖춘 전문 인력은 아니었기에 응급상황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전문성을 갖춘 스키 순찰 구조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작년 6월 동북사범대학교 체육대학은 관련 과목을 개설했다. 해당 학과에서는 스키 기술, 스키장 문화, 야외 응급처치, 부상 상태 진단, 순찰 구조 시스템, 구조 방법, 의학 지식 등 이론과 실습을 포함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온라인 앵커, 문화 창작 상품(文創產品) 기획 운영 관리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 첨단 기술의 발전에 맞춰 생긴 직업이다.
올해 중국에서 발표한 새로운 직업 19개 중 9개는 인공지능, 디지털 경제 등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이 깊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스템 응용 전문가, 지능형 커넥티드 차량 테스트 전문가, 스마트 제조 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전문가 등은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과 함께 새로 등장한 직업이다.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직업으로는 사용자(User) 성장 운영 전문가가 있고 네트워크 보안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보안 등급 보호 평가자, 클라우드 네트워크 운영 및 유지보수 전문가, 산업 인터넷 운영 및 유지보수 전문가, 지능형 네트워크 차량 장비 및 유지보수 전문가 등이 새로 생겼다.
세 번째, 친환경 관련 직업이다.
현재 ‘국가직업분류대전’에 명시된 친환경 직업은 130개가 넘는다. 이는 전체 직업의 약 8%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새로 포함된 직업에도 친환경 직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소 기반 직접환원철(DRI·Direct Reduced Iron) 생산 인력, 에너지 저장 발전소 운영 및 유지 관리자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음은 최근 1년 사이 중국에 막 등장해 아직은 국가직업분류대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직업이다.
취미가 수익 창출 수단이 되는 경우다. ‘출장 요리(上門做飯)’, ‘대리 요리(上門代廚)’라고 불리는 이 부업은 현재 샤오훙슈(小紅書· 중국판 인스타그램)에서만 관련 조회 수가 900만 회를 넘었다. 기존과 다른 점은 이들 중 상당수는 전문 셰프가 아니고 요리라는 취미를 활용해 부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의 연령대가 청년층인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컨설팅 서비스에 콘텐트를 녹여내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소개팅 분석가’가 여기에 속한다. 중국신주간(中國新週刊)의 통계에 따르면 ‘소개팅 분석가’ 관련 주제의 조회 수가 이미 웨이보(微博·중국 최대 SNS)에서 2389만 회를 돌파했으며 더우인(抖音·중국판 틱톡)에서는 1609만 회 이상 재생됐다고 한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실제로 소개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다. 분석 과정에 오락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소개팅 분석가는 사실상 콘텐트 크리에이터인 셈이다.
굿즈 제작 및 판매도 직업이 된다. 굿즈는 영어 ‘Goods’의 음역어로 주로 2차원 문화 콘텐트(2D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관련 파생상품으로 배지, 등신대, 카드 등이 이에 속한다. 최근 1년 동안 중국의 쇼핑몰, 학교 앞, 길거리에 굿즈 샵이 대거 등장했으며 ‘굿즈 샵이 오래된 쇼핑몰을 살렸다’는 말이 돌 정도로 수요가 많다. 첸잔왕(前瞻網)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중국에서 ACG(Animation, Comic, Game)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5억 명을 넘어섰고 전체 ACG 산업 규모는 2219억 위안(약 42조 9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굿즈 수요도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