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홍석민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소아 급성 중이염은 쉽게 잘 낫지만, 종종 만성으로 진행하면서 난청, 어지럼증, 안면 마비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귀가 먹먹한 증상이 있어도 아이가 잘 표현하지 않아 발견이 늦어진다.
소아에서 흔한 것은 급성 화농성 중이염이다. 귀 통증, 발열 등 증상을 호소할 때 약을 먹이고 염증을 가라앉히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치유된다. 그런데 급성 화농성 중이염이 심해지면 고름이 고막을 뚫고 바깥으로 배출되면서 구멍이 남는다. 이를 잘 치료하지 않으면 청력이 떨어지고 염증이 반복되는 만성 중이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급성 중이염으로 인한 염증이 치료해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고막 안에 물이 차는 경우도 있다. 바로 삼출성 중이염이다. 삼출성 중이염은 통증·발열 증상은 없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별다른 통증도 없어 소아가 삼출성 중이염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중이염 치료를 받은 소아가 평소보다 TV를 크게 틀거나 불러도 잘 대답하지 않는다면 삼출성 중이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중이염으로 고막에 천공이 생기거나 유착 등이 발생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천공성 만성 중이염은 만성 염증이 존재하는 유양돌기 뼈를 제거하는 유양돌기 절제술과 중이 내부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고막을 새로 만들어주는 고실 성형술을 함께 시행할 수 있다.
소아의 귀 질환 중 놓치지 말아야 할 것에는 선천성 진주종이 있다. 외부로 자연 배출돼야 하는 상피 조직이 좁은 귀 안에 점점 쌓이면서 고막을 비롯한 중이안의 중요 구조물을 손상시키는 병이다. 선천성 진주종은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난청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전혀 없다는 것으로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난청이 발생한다. 소아는 난청 증상을 표현하기 힘들어 진주종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발견된다.
감기나 중이염 등으로 이비인후과 병의원에서 내시경으로 귀 속을 관찰하다가 진주종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진주종은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엔 귀 뒤쪽을 절개하지 않고, 내시경을 외이도를 통해 귀 안쪽까지 넣은 후 중이의 깊은 곳에 있는 진주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