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서 제조까지 인프라 '탄탄'…량원펑도 DJI서 창업 꿈 키워

2025-03-14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은 1980년 선전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인구 3만여 명의 어촌 마을은 이후 중국 제조업의 전진 기지로 자리 잡았고 중국의 고속 성장을 견인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ZTE, 인터넷과 게임 최강자 텐센트, 전기차 세계 1위 BYD(비야디),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DJI 등은 선전에 둥지를 틀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차이나테크를 이끌고 있다. 최근 딥시크·유니트리 등 ‘육소룡(여섯 마리의 작은 용)’을 배출한 항저우가 주목받고 있지만 선전은 이전부터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렸다. 중국이 제조업 강국을 기치로 내건 ‘중국제조 2025’가 올해 10년을 맞아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역시 ‘차이나테크 병참기지’ 역할을 해낸 선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달 13일 기자가 찾은 중국 선전시 난샨구에는 ‘천공의 성’이라고 불리는 우뚝 솟은 쌍둥이 빌딩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 1위 드론 업체 DJI의 본사다. 하늘 위 공간만큼은 자신들이 장악하겠다는 왕타오 창업자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최근 출시된 자동 이착륙 플랫폼 신형 드론이 눈길을 끌었다. 두 대의 드론이 플랫폼 하나에서 번갈아 비행과 충전을 하며 주변을 감시하는데 250m 거리에서도 차량의 번호판 식별이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한 비결을 묻자 활발한 아이디어 교류라는 답이 돌아왔다. DJI 관계자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고 덕분에 우리 회사 출신으로 성공한 창업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 역시 DJI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창업의 꿈을 키워낸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인재 확보를 위한 DJI의 투자도 아낌없다. 대졸 직원 초임 연봉이 우리 돈 5000만 원 수준이다. 인턴에게도 대졸자 평균 급여에 맞먹는 월 8000위안(약 160만 원)을 지급한다. 최저임금이 월 2500위안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 배나 높다. 이렇게 모인 인재들이 회사를 이끌고 일부는 창업 전선으로 뛰어든다. DJI 출신들이 만든 기업만 해도 휴대용 배터리팩을 만드는 ‘에코플로’, 3D 프린터 업체 ‘뱀부랩’, 로봇청소기 신흥 강자로 부상 중인 ‘나르왈’ 등으로 다양하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중국의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가 새내기 창업자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문화도 정착돼 있다. 2012년 설립돼 중국 로봇 업계를 이끌고 있는 유비테크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최근 만난 유비테크의 한 관계자는 “2017년 텐센트로부터 4000만 달러(약 582억 원)를 투자받았고 이듬해에도 8억 2000만 달러(약 1조 1940억 원)를 추가로 유치해 안정적인 기술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킥보드로 유명한 퍼스널 모빌리티의 선두 주자 나인봇도 샤오미로부터 2014년 8000만 달러를 투자 받아 원천 기술 업체를 인수할 수 있었다.

첨단기술 기업들이 선전에서 탄생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연구개발(R&D)부터 제조·테스트까지 가능한 하드웨어 기반 산업 생태계가 꼽힌다. 제품 제조에 최적화한 인프라는 물론 공장 간 클러스트가 구축돼 초기 창업 기업들이 시제품을 만들고 시장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것이다.

선전시는 2013년 중국 최초로 미래산업 육성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이미 인공지능(AI)·로봇·블록체인·유전자·생물학 등의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시범 지역을 조성하고 기술 개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창업을 유도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조와 판매·투자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해주는 선진 시스템이 일찌감치 자리 잡은 것이다. 창업 전 과정을 전문적으로 돕는 ‘액셀러레이터’도 선전에만 100여 곳이 넘는다.

최근 항저우시가 스타트업의 전진 기지로 주목 받자 선전시도 첨단 기술 첨병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첨단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10조 원 규모 국유펀드 설립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AI와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첨단 제조업 단지와 과학·기술 혁신 클러스터를 각각 20개씩 만들고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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