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텔이 립부 탄(중국명 천리우·65) 전 케이던스 최고경영자(CEO)를 신임 수장으로 임명하면서 미국 4대 반도체 기업 지도자가 모두 중국계로 채워지자 중국 매체들이 이를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미국과 중국이 최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의 첨단 기술 분야에서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계 CEO들이 일종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커촹반르바오, 재련사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미국 4대 반도체 제조사인 인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의 CEO가 모두 중국계가 됐다”며 각 경영자의 출신과 특징을 자세히 보도했다. 중국 현지의 한 매체는 “인텔이 중국 반도체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인사를 CEO로 맞이했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발전한 중국 반도체 산업은 고급 인재 유치와 혁신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지만 미국은 실용적 혁신 중시, 실패 용인 문화를 발판으로 기술 발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12일(현지 시간) 인텔의 새 수장로 임명된 탄 CEO는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가정에서 태어나 싱가포르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 CEO는 싱가포르 난양공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1978년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인텔이 최근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자 펫 겔싱어 CEO의 뒤를 이은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됐다.


AI 반도체 업계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중국명 황런쉰·62) CEO는 대만 출신 미국인이다. 황 CEO는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93년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떠오른 AMD의 리사 수(중국명 수쯔펑·56) CEO는 젠슨 황과 같은 대만 남부 타이난 지역 출신이다. 3살 때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MIT를 졸업한 수 CEO는 2012년 AMD에 합류했다. 이후 2014년부터 10년 넘게 장수 CEO로 군림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또 다른 경쟁자인 브로드컴의 호크 탄(중국명 천푸양·72) CEO도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이다. 미국 기업은 아니지만 엔비디아·AMD와 손잡고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TSMC는 그 자체로 대만 회사다. 1987년 공기업으로 출발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로 성장했다. 미국 4대 반도체 기업에 브로드컴 대신 포함되기도 하는 세계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만 브라질 출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