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차단 의도 달리 지배주주만 특혜
세제개편안, 정리 없이 불협화음만 보여줘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정부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다시 낮추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10억원 이상 주식소유금지법'이라는 비판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심혜섭 변호사는 1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 법은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세제 개편안 전체가 "정리되지 않은 채 불협화음만 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심 변호사는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성과도 맞지 않는 것 같고, 정책이 정리되지 않은 채 불협화음만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책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정돈되지 않은 세제를 졸속으로 추진하는 건 시장 혼란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 변호사는 법률 용어 사용 문제부터 짚었다. 그는 "법률은 헌법 다음으로 중요한 언어"라며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를 '대주주'라고 부르는 건 심각한 오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10억원 보유 주주라도 경영진은 커녕 주식 담당자와 접촉조차 어렵고, 소수주주권 행사도 쉽지 않다"며 "주주명부 열람권 같은 일부 권리는 1주만 있어도 행사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문서 교환이나 가처분을 거쳐야 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칭할게 없다면 '10억원 이상 보유 일반주주'라고 쓰는 게 맞다. 법률에서조차 대주주 아닌 주주를 대주주라 모욕당하고 싶지 않다"고 비꼬았다.
제도의 실효성 문제도 지적했다. 심 변호사는 "연말에 팔고 연초에 다시 사거나 CFD(차액결제거래)를 활용하면 간단히 회피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가장 이익을 보는 건 일반주주가 파편화되기를 바라는 지배주주"라며 "재벌 측 전략가가 설계한 것 같은 제도를 진보 정부가 밀어붙이는 건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일부 정치권에서 '연말 매도로 주가가 떨어지면 기회'라는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투자를 장기적 대상으로 보지 않는 저급한 발언"이라며 "설령 차익거래 여지가 있더라도 컴퓨터를 쓰는 기관이 하는 것이지 개인이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쉽게 회피 가능한 제도라 세수 효과는 미미하고, 불필요한 매도·매수로 시장 왜곡과 사회적 비용만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일반주주에 10억원 기준을 들이대면서, 지배주주가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현물출자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사실상 영구적으로 양도세를 유예하는 특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마리서치와 하나마이크론이 다행히 철회했지만 비슷한 사례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세수가 필요하다면 나쁜 행위에 세금까지 깎아주는 정책부터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변호사는 "국내외 투자전문가들이 정부 정책 하나하나를 다 보고 분석한다"며 "바보 같은 정책은 부작용도 문제지만, 나라의 정책 역량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먹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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