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계좌에 5개 펀드로 투자하고 있다고 치자. 적지 않은 가입자들이 특정 기간 5개 펀드 모두가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포트폴리오는 좋다고 보기 어렵다. 자산 시장 상황이 반대일 경우 모두 저조한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별 상품 수익률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지금 어떤 상품의 수익률이 좋다고 해도 계속 좋을 순 없다. 반대로 지금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해서 계속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것이란 보장도 없다. 여러 유형의 펀드 등으로 나눠 투자했다면 개별 상품이 아닌 전체 포트폴리오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성격이 다른 상품들을 편입해야 한다. 특정 기간 성과가 서로 다르다면 오히려 잘 구성한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성과에 초점을 두면 단기적인 시장 변화에 휘둘리는 것도 피할 수 있다.
연금 운용 성과를 평가할 때도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투자 성과를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은 현재까지 달성한 성과가 단순한 행운(Luck)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실력(Skill)에 의한 건지 판명하는 것이다. 장기 성과는 단기 성과와는 달리 단순 운만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최근 1~2년간 성과는 실력보다 미국 등의 주가 상승에 힘입은 바 크다. 진짜 실력은 불확실성이 높은 지금부터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연금 자산운용은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행 이후 정기적인 평가와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마치 우주선이 달에 도착하기 위해 끊임없는 궤도 수정 작업을 거치는 것과 같다. 자산 가격의 변동뿐만 아니라 연금 가입자의 재무적·비재무적 상황과 운용 목표의 변동이 지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금 운용의 평가는 크게 두 가지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1단계는 가입자가 세운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가를 평가한다. 은퇴 설계 과정에서 계산할 필요 자금을 기준 삼아 이를 얼마나 마련했고 얼마나 부족한 상태인가를 파악한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자산 배분으로 남은 기간 부족 자금을 채울 수 있는지도 계산한다. 이때 처음 세웠던 목표 수익률과도 비교해야 한다. 만일 자금을 채울 수 없거나 목표 수익률과의 차이가 크다면 추가 적립을 하거나 투자 전략 등을 조정해야 한다.
2단계는 현재 투자하고 있는 펀드 등의 투자 상품이 적절한가 평가해야 한다. 투자 상품의 적정성은 적어도 1년에 2번 이상 진단해야 한다. 비교 지수(벤치마크) 대비 수익률 뿐만 아니라 변동성 등이 애초 기대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는지 살펴본다. 아울러 펀드 매니저나 운용사의 주요한 변동사항은 없는지 확인한다. 가입자 입장에서 쉽게 확인 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설정액의 변동이다. 짧은 기간 설정액이 지나치게 크게 줄거나 증가했다면 그 이유를 확인하고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