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00만원 벌어도 망했다…순댓집 여사장 ‘오뚝이 신화’

2024-09-19

“갈수록 입맛이 고급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론 오가닉(유기농)이 대세가 될 겁니다. 마진율이 높은 데다 냉동 유통이라 재고 부담도 거의 없어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날아온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회사의 제안은 사탕을 입에 넣은 듯했다. 달콤했다. 유럽을 가끔 여행했던 터라 유기농 식품에 익숙했고, 사업 비전도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고급 아이스크림이라 잔손이 덜 갈 것 같고, 보기에도 우아했다. 첫 만남 후 일주일 만에 “(창업에) 도전해 보겠다”고 결정했다.

벌써 20년도 넘었다. 2003년 5월 서울 혜화동 대학로, 한국 최초의 유기농 아이스크림 매장이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지하철 혜화역과 버스정류장이 눈앞에 보이는 특급 상권이었다. 대로변 1층에 매장 규모가 120평, 아이스크림으론 국내에서 가장 넓었다. 방송국에서 취재를 오기도 했다. 젊은 손님들이 줄을 이을 거라고 기대했다.

제안은 달콤, 현실은 “7개월 만에 폐업”

아니, 어림없는 오산이자 악몽의 시작이었다. 손님은 드문드문, 하루 매상 30만원 올리기도 버거웠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건물 보증금(5억원)과 인테리어, 물품 준비 등 사업 준비에 7억원이 넘게 들었다. 임대료 2500만원과 관리비를 더해 매달 3000만원이 빠져나갔다. 서울 청담동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하면서 모아둔 돈을 고스란히 까먹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던 50평 아파트까지 내놓아야 했다.

“가맹점 사업에 대한 이해, 상권이나 사업 아이템 분석보다는 성공할 거라는 로망이 앞섰어요. 본사 측은 ‘조금 더 투자하면 나아질 거’라고 했지만 소용 없었어요. 지금 봐도 월세 2500만원은 어마어마하게 큰돈인데요. 매달 3000만~4000만원씩 적자를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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