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로 집 잃고 사업 실패해도…시련 딛고 학위딴 KAIST 졸업생

2025-02-13

“미래는 우리가 오늘 내리는 결정의 결과입니다.”

올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는 나이지리아 유학생 모하마드 함자 씨는 “역경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 사람들과 경험에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그는 14일 KAIST 대전 본원 류근철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리는 ‘2025학년도 학위 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맡는다. 외국인 학생으로는 처음이다. 나이지리아에서 테러 집단의 폭격으로 집과 학교를 잃고 이주하는 상황에 내몰렸지만 절망하지 않고 항공우주 엔지니어의 꿈을 키웠다. 그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KAIST에 입학했고 항공우주공학과 학사 학위를 받게 됐다.

파키스탄 유학생 사이드 알리 씨도 박사모를 쓴다. 2019년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한 알리 씨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연구가 중단되고 자전거 사고로 세 차례의 큰 수술을 받았지만 어려움을 딛고 현재 인공 근육 나노 소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교내 무슬림 학생회 회장이 된 후 더 많은 무슬림 학생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캠퍼스 내 식당에 할랄 메뉴를 도입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인 프로메디우스의 정성현 대표 역시 바이오혁신경영전문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는다. 정 대표는 한중 갈등이 심해지던 시기 중국에서 사업에 실패한 뒤 미국 실리콘밸리로 이주했고 생계를 잇기 위해 김치 공장과 식당 주방에서 하루 14시간씩 서서 일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의료 AI 기업 루닛에 입사해 경험을 쌓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2023년 KAIST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같은 해 6월 프로메디우스로 이직한 그는 수업에서 배운 대로 벤처캐피털(VC)이 주목하는 투자 전략을 응용해 114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7월 대표로 선임됐다. 정 대표는 “험난했던 제 삶이 KAIST를 만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학교교육이 이론에 머물지 않고 얼마나 실용적인지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졸업식에서는 이찬규(전산학부) 씨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상한다. 이사장상과 총장상 수상자로는 각각 필리핀 유학생 랜스 그라가신(생명화학공학과) 씨와 양서영(생명과학과) 씨가 선정됐다. 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번 학위 수여식에서는 박사 785명, 석사 1643명, 학사 716명 등 모두 3144명이 학위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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