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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2010년대 '3포세대' 담론은 이제 'N포세대'로 확장됐다. 주거, 인간관계, 꿈과 희망까지 포기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많은 청년들이 좌절하고 있다. 치솟는 집값, 불안정한 고용 시장,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좋은 대학만 가면 좋은 직장을 얻고, 안정된 삶을 산다'는 공식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있다. N포세대가 포기가 아닌 도전을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필자는 고민해본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학벌 중심 구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3년 학력별 취업률을 비교해보면 대졸자 65.5%, 고졸자 72.3%로 오히려 대졸자 취업률이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의 시사점은 학벌이 더 이상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비정규직에 머무는 고학력자의 비율도 점차 증가하며, 사회 전반적으로 학위 자체의 가치에 대한 회의감 또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 속에서 직업기술교육은 일자리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정 기술을 습득하면 빠르게 노동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경력을 쌓아 숙련공이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로드맵을 그릴 수 있다. 특히 기계, 전기, 용접, 자동차, 설비 등 전통산업뿐 아니라 바이오,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항상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성장의 지속가능성이 매우 크다.
직업기술교육은 실무 중심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 교육이 보통 4년 이상 소요되지만, 직업기술교육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을 습득하게 한다. 이는 빠르게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직업기술교육 대학의 입학자 구성과 취업 성공률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입학생 중 약 30%는 대학 졸업자나 중퇴 후 다시 직업을 찾기 위해 돌아온 '유턴' 학생들이다. 이들 중 78%가 졸업 후 성공적으로 취업했다. 이는 기존의 학벌 중심 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직업기술교육은 N포세대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학 교육이 4년 이상 걸리는 반면, 직업기술교육은 1~2년 내에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기술직은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으며, 자격증을 넘어 실력으로 평가받아 경력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모든 것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학벌 중심적이며, 기술직에 대한 편견도 존재한다. 일부 기술직은 육체적 노동 강도가 높거나 초기 수입이 낮을 수 있다. 기술을 습득한 후에도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시장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은 필수적이다. 이는 N포세대에게 또 다른 부담이긴 하지만, 직업기술교육은 기존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N포세대 일자리 문제 해결은 개인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직업기술교육은 청년들에게 기술을 통한 기회를 제공하며, 더 이상 '포기'가 아닌 '도전'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N포세대의 미래를 포기가 아닌 도전으로 전환하는 길에 직업기술교육은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배규환 한국폴리텍대학전북캠퍼스 학장 bkhwan@kopo.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