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마트가 영유아 전문점 사업을 종료한다. 이달 말 스타필드 하남의 ‘마리스 베이비서클’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이마트의 전문점 브랜드는 4개만 남게 됐다. 이마트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문점 사업을 개편 중이며, 향후 노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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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이 직접 홍보했는데…
스타필드 하남의 유아용품 전문관인 ‘마리스 베이비서클(Marie's Baby Circle)’이 이달 말 영업을 종료한다. 20일 방문한 마리스 베이비서클 매장 곳곳에는 ‘2월 28일부로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는 공지문이 붙어있었다. 폐점을 앞두고 유모차, 카시트 등 진열 상품을 정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재고 처리가 한창이었고, 매장 정리를 시작해 이미 빈 매대도 많았다.
유아차를 끌고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전에도 종종 폐점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매장이 그대로 있어 이번에도 헛소문인 줄 알았다”며 “아기용품을 사러 종종 찾아왔는데 매장이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마리스 베이비서클은 2016년 이마트가 선보인 유아 전문 상품점이다. 어린 자녀들을 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원스톱 유아용품 매장 아이디어를 내면서 마리스 베이비서클이 론칭됐다고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개인 SNS에 마리스 베이비서클을 직접 소개하는 열정을 보였다. 마리스 베이비서클의 ‘마리’는 정 회장이 키우던 반려견 이름에서 따왔다.
이마트는 2016년 스타필드 하남에 마리스 베이비서클 1호점을 출점하고, 다음 해 스타필드 고양에 2호점을 출점했다. 2018년 12월에는 스타필드 위례점에도 입점하며 점포 수를 늘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출점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매장을 폐점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스타필드 위례점 매장은 출점 2년을 채우지 못한 채 2020년 6월 문을 닫았고, 스타필드 고양점도 2021년 8월 영업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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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아 있던 스타필드 하남점도 영업을 종료하면서 이마트는 영유아 전문점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익성 및 효율성 중심으로 전문점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베이비서클도 운영을 종료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후 추가 출점 계획 등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저출산 여파로 인해 이마트의 영유아 전문점 수익성이 악화했을 것으로 본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하면서 산부인과, 어린이집, 베이비 스튜디오 등이 줄폐업하고 유아복 브랜드, 장난감 업체 등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아 시장은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높고, 애매한 포지션을 가진 브랜드는 사라지는 추세다. 베이비서클은 특별한 콘셉트가 없다 보니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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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점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 남은 브랜드 4개로 줄어
이마트는 2019년부터 ‘사업 효율화’를 이유로 전문점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2011년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하며 전문점 사업을 크게 확대했으나 적자가 누적되면서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2018년 이마트의 전문점 사업 부문 적자 규모는 741억 원, 2019년에는 8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업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전문점 사업 부문은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이다. 2020년 전문점 사업 부문의 적자 폭은 346억 원으로 줄었고, 2022년에는 전문점 사업 매출이 1조 907억 원, 영업이익은 166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전문점 사업 부문 매출은 1조 1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2억 원으로 5% 늘었다.
올해 들어 이마트는 부실 전문점 사업 정리에 더욱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이달 말 이마트는 ‘와인클럽’의 운영도 종료한다고 밝혔다. 와인클럽은 2023년 5월 론칭한 주류 전문점이다. 스타필드 하남에 약 5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특히 와인클럽은 이마트가 4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전문점 브랜드라는 점에서 업계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론칭 2년 만에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와인클럽 역시 베이비서클과 같은 이유로 사업을 정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수익성이 낮은 전문점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면서 2018년 16개에 달했던 전문점 브랜드는 현재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몰리스펫샵’, ‘토이킹덤’, ‘마리스 베이비서클’, ‘와인클럽’ 등 6개만 남은 상황이다. 이달 말 마리스 베이비서클과 와인클럽의 운영이 종료되면 남은 전문점 브랜드는 4개로 줄어든다. 이마트 측은 남은 4개 브랜드에 대해서는 “사업 철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전문점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노브랜드는 전문점 사업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지난해 노브랜드 매출은 8512억 원으로 전문점 사업 부문 매출의 84%를 차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문점 사업 실적은 노브랜드를 통해 나오고 있다. 다른 전문점 브랜드도 유지하고 있지만, 노브랜드 중심으로 전문점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우 교수는 “전문점의 경쟁력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전문점은 상품 구색이 좋다는 장점이 있는데, 온라인으로 모두 대체가 되고 있다. 이마트가 전문점 규모는 점차 줄이고 본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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