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의 공통점은 낮은 자존감…악플 처벌 강화해야”

2025-02-06

“노벨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공감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연결의 실을 끊어내는 언어들이 존재하죠. 인터넷 상에서 난무하는 악플(악의적 댓글)입니다.”

민병철 선플재단 이사장(중앙대 석좌교수)은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에서도 악플이 난무하고 있어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가해를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요즘은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인터넷에서 이뤄지는데 이제 악플이 아닌 선플(선한 댓글) 달기 운동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철 영어’로 잘 알려진 민 이사장은 우리나라 영어 교육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국민 영어선생님’으로 불리는 그가 선플 달기 운동을 벌이게 된 것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 이사장은 “2007년 1월 악플로 인해 한 여가수가 세상을 떠난 사건을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됐다”며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대학생들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해 봄학기에 제 강의를 듣던 학생 570명에게 과제를 내주게 됐다”고 회고했다.

과제는 악플로 고통받는 10명의 유명인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방문해 선플, 즉 응원의 댓글 10개를 달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는 “과제를 내준 결과 일주일 만에 인터넷상에서 5700개의 선플이 달리게 됐고 학생들이 선플을 다는 과정에서 악플의 폐해도 알게 되는 효과를 얻었다”며 “학생들의 이런 변화가 큰 울림을 줘 선플 개념을 창안하고 재단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민 이사장은 선플의 영향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누구나 쉽게 선플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선플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현재 진행되는 캠페인들이 많은데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함께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악플에 견디다 못해 은퇴를 암시하는 글을 올린 가수 보아가 은퇴를 하지 않도록 격려의 글을 올리자는 주제를 올렸다. 또 ‘K팝 아이돌을 응원하자’ ‘국내 거주 외국인을 존중하자’ ‘지구촌에서 전쟁을 종식시키자’ 등의 캠페인 페이지에 들어가면 응원과 격려의 댓글을 달 수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선플을 달면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을까. 이에 대해 민 이사장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면서 악플 일색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되고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네티즌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해 준다”며 “특히 선플운동의 가장 큰 변화는 네티즌의 인식이 달라진다는 점인데 악플을 방관하거나 동조하지 않고 왜 그 악플이 잘못됐는지 지적하면서 용기와 희망의 내용이 담긴 좋은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민 이사장은 악플러가 줄어들려면 국민 개개인 모두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악플러들은 자존감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익명성 뒤에 숨어서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사람들을 비방함으로써 우월감을 느껴보려고 악플을 다는 것”이라며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짚었다.

악플 근절을 위해서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의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관련법이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는 게 민 이사장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이버 폭력에 대한 처벌 규정이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나뉘는데 사이버명예훼손죄는 형량이 최대 7년 징역이고 모욕죄는 최대 징역 1년, 성적인 모욕은 최대 징역 2년으로 형량이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

민 이사장은 “문제는 실제 판결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대부분이라 재범률이 높아지고 있어 양형을 더 강화하고 실제로 집행돼야 한다”며 “독일은 악플, 혐오 표현 가해자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혐오 표현을 방치한 인터넷 사업자에게도 최대 65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플을 달게 되면 선플을 받는 사람, 선플을 읽는 사람, 그리고 선플을 다는 사람 이렇게 세 사람 모두가 행복해진다”며 “이런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유아 시절부터 좋은 말을 쓰고 좋은 말을 인터넷에 올리도록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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