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태도는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1995년 12월2일 전두환), “수사기관이 국민을 기만하는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2025년 1월15일 윤석열).
두 ‘내란 수괴’ 혐의자의 마지막 항변은 30년 시차에도 빼닮았다. 15일 공수처·경찰의 체포에 직면해 윤석열이 공개한 2분48초짜리 ‘국민께 드리는 말씀’ 영상은 그보다 먼저 내란 수괴로 단죄받은 독재자의 ‘골목 성명’을 떠올리게 했다. 거짓·궤변·망상으로 점철된 윤석열의 영상은 ‘관저 성명’으로 적어둘 만하다.
윤석열은 끝까지 졸렬하고 비겁했다. 그는 경호관들까지 등 돌려 누구도 지켜줄 이 없는 벌거숭이가 돼서야, “유혈사태를 막으려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체포된 게 아니라 ‘자진 출석’이라 강변했다. 수사기관의 5차례 소환을 다 거부하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마저 경호처를 앞세워 저항한 일은 뇌회로 속에 없는 듯하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총·칼을 써서라도 막으라’ 지시했다는 그였다. 이날 경호관들의 상부 명령 거부도 혼자 살겠다는 윤석열의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누적’된 데 환멸을 느낀 때문일 터다.
독재자는 성찰을 모른다. 법이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고, 망상 속에서 마음대로 재단한다. 그 점에서 그들은 ‘평행한 우주’를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30년 전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고향(경남 합천)으로 내려간 전두환은 재판 내내 12·12 군사반란이 “정당한 통치행위”라고 주장하며 답변을 거부했다. 12·3 비상계엄을 내내 정당화하고, 첫날부터 공수처 조사에 묵비권을 행사한 윤석열도 전두환이 간 길을 따라하려는 걸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게 되고 열정을 보여주는 것을 봤다.” 윤석열의 아전인수식 관저 성명은 그대로 혹한의 거리에서 응원봉을 들고 그를 끌어내린 젊은 시민들에게 돌려줘도 될 듯하다. 독재자가 역사에 역설적으로 기여하는 게 있다면 시민들이 잊었던 자유와 민주의 소중함, 또 그것을 지켜내겠다는 단단한 경각심을 가슴에 새기도록 한다는 점일 게다. 두 내란 수괴의 성명은 그 점에서도 평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