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 잔혹사…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2025-01-14

시인 김지하는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박정희 정권 당시 특권층인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그리고 장차관’ 등을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에 빗대 풍자한 시 ‘오적(五賊)’을 발표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2009년 계간 ‘자음과 모음’ 봄호에 ‘2009 오적’을 발표하면서 “지금은 오적이 아닌, 오백적, 오천적의 시대”라고 일갈했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전현직 대통령과 가족을 포함한 주변 인사들의 부정과 비리는 국민을 절망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전두환은 퇴임 후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수괴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10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받았다. 재임 기간 중에는 동생 전경환, 처삼촌 이규광, 사돈 이철희·장영자 부부, 처남 이창석 등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처벌받았다. 노태우도 퇴임 후 12·12 군사반란 등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와 본인의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을 확정받았다. 노태우 정부의 황태자로 불린 고종사촌 처남인 박철언은 슬롯머신 사건으로 1년6개월을 복역했다. 김영삼은 ‘소통령’으로 통하던 차남 김현철이 구속돼 처벌받았고, 김대중 역시 재임 기간 중 차남 김홍업과 3남 김홍걸이 뇌물 수수 혐의로 처벌받는 등 대통령으로서 수모를 겪었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화두로 삼았던 참여정부에서조차 노무현의 친형 노건평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뇌물을 챙기다 법의 심판을 받았다. 가족들이 이런저런 뇌물 수수에 연루되면서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명박 또한 퇴임 후 자동차부품 업체 다스에서 조성한 비자금 350억원을 횡령하고 삼성그룹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원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박근혜도 뇌물 수수와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등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부인, 딸, 아들 등이 이런저런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집권한 현직 대통령 윤석열은 어떤가. 검찰총장 시절 ‘고발사주’ 의혹은 물론 배우자 김건희와 장모의 각종 부정과 비리가 다 적시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특히 김건희의 경우 주가조작과 석박사 학위 논문 표절, 학력·경력 부풀리기 의혹과 무속 논란의 중심에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윤석열 스스로 21세기 인공지능(AI) 시대에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가적 혼란과 국격 훼손, 경제 파탄을 일으키고 탄핵심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 것은 부정부패 사범을 너무 쉽게 용서하는 사회적 풍토와 무관치 않다. 권력만 가지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사리사욕만 채우는 대통령과 가신, 국회의원, 그리고 대통령의 지나친 사면권 남용도 한몫하고 있다. 국민들의 양은냄비 근성과 치매성 망각증 또한 부정부패를 알게 모르게 조장해왔다.

법은 있되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선별적으로 고위 지도층이나 재벌들은 비켜가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만 법대로라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부정부패 없는 투명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부정부패 사범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해야 한다.

되풀이된 대통령이나 그 가족, 혹은 주변 인사들의 ‘쇠고랑 찬 모습’을 국민들은 씁쓸하게 지켜봐왔다. 그런데 임기 3년도 못 채운 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또다시 보게 되었다. 수신제가(修身齊家)는 물론 정치 경험이 전무(全無)한 상태에서 운 좋게 대통령 자리를 꿰차고 치국(治國)을 해온 이의 당연한 귀결이라면 지나친 편견일까?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