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하 CO₂ 저장, 첫 완전 실측 기록 나왔다

2025-11-18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전 세계 탄소포집·저장(CCS)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실제로 지하에 가둔 이산화탄소(CO₂) 양을 처음으로 종합 집계한 기록이 공개됐다.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NTNU)를 비롯한 국제 연구진과 산업계 파트너들이 함께 구축한 ‘런던 지하 이산화탄소 저장 등록부(Subsurface CO₂ Storage Register)’의 첫 연례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 이후 전 세계 지하에 저장된 CO₂는 누적 3억8,300만 톤으로, 이는 휘발유 자동차 8,100만여 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대규모 저장 실적은 주로 미국, 중국, 브라질, 호주, 중동 지역의 프로젝트에서 나왔으며, 2024~2025년에도 지속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사무엘 크레보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지구과학공학부 교수(등록부 책임자)는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CCS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으며, CO₂의 지질학적 저장 능력이 이미 입증됐다는 점”이라며 “산업 규모 탄소 관리가 이미 현실이 됐고, 지하 깊은 곳에서 CO₂를 안전하게 격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감축이 어려운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와 대기 중 총 CO₂ 감축에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컨소시엄은 이번 등록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규모로 온실가스 배출을 피하고, 대기에서 제거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가 존재한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CCS는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오늘 이미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검증됐고 확장 가능한 기술”이라는 점도 재차 부각했다.

필립 링로즈 NTNU 에너지전환 지구과학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CCS를 둘러싼 추측은 많았지만, 이번 보고서는 실제 진전 상황을 수치로 문서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996년 이후 전 세계 탄소 저장량은 연평균 17%의 성장률을 보여 왔으며, 2023년 기준 연간 저장량은 약 4,500만 톤에 이른다. 링로즈 교수는 “NTNU가 전 세계 CCS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지하 저장량을 감사한 ‘최초의 신규 보고서’에 참여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탄소 제거·저장은 향후 기후 행동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계속 확대돼야 하지만, 이제 우리는 ‘땅속의 탄소’라는 확고한 기반 위에서 논의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CCS는 발전소나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CO₂를 다른 가스와 분리·포집한 뒤, 지하 1km 이상 깊이에 있는 지질층(주로 고갈된 석유·가스 저장소 등)에 주입해 영구적으로 가두는 기술이다. 이 과정은 CO₂가 대기 중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철강·시멘트 등 재생에너지 전기만으로는 공정을 전환하기 어려운 ‘탈탄소 난제(hard-to-abate)’ 산업에서, 현재 배출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술로 꼽힌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등 국제기구도 CCS를 ‘순배출 제로(net-zero)’ 달성을 위한 핵심 옵션 가운데 하나로 인정해 왔다.

런던 지하 CO₂ 저장 등록부는 1996년 노르웨이에서 시작된 단일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출발해, 오늘날 전 세계로 확장된 CCS의 진화를 “처음부터 현재까지” 추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등록부의 2025년 연례 보고서는 1996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운영 중인 CCS 프로젝트에서 매년 얼마만큼의 CO₂가 지중에 저장됐는지를 연도별로 추적했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가 공개한 온실가스 보고 데이터베이스 등 공공 정보와 프로젝트 운영자 대상 설문을 종합해, 현재까지 나온 기록 중 가장 포괄적인 CCS 성장·성숙 연대기를 구축했다. 그 결과, 1996년 이후 지금까지 CCS를 통해 누적 3억8,300만 톤의 CO₂가 지구 지하에 ‘숨겨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CCS에 대한 평가는 기후과학·환경정책 커뮤니티 안에서 여전히 엇갈린다. 일부는 CCS가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늦추고, 탄소 배출을 계속하기 위한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비판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기술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고, 필요한 규모로 확대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CS는 여전히 다수 국가와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의 탈탄소화 전략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런던 등록부의 첫 보고서는 이러한 전략적 선택의 현실적 근거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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