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 몸집 키우자… 일본 내수 시장 파고드는 K스타트업 [빛이 나는 비즈]

2025-03-15

내달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업스테이지가 미국 시장에 이어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일본 법인격인 업스테이지 재팬을 세우고 일본 아마존웹서비스(AWS)을 거치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히로유키 마스시타씨를 대표로 선임하기로 했다. 업스테이지의 거대언어모델(LLM) ‘솔라’의 일본향 제품을 만들어 일본 고객사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투자 유치형’ 대신 ‘매출 공략형’

12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침체된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매출 확장을 위해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공지능(AI), SaaS 스타트업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건너 뛰고 급격히 AI 전환 수요가 늘어나는 일본 내수 시장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주로 모색한다면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곳은 ‘매출 확장·공략형’에 가깝다.

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통계에 따르면 2021년 103곳이었던 일본 내 신규 법인은 2022년 146곳, 2023년 258곳까지 늘었다. 일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기업용 대규모언어모델(LLM) 올인원 솔루션 기업 올거나이즈로, 2019년 일본 도쿄에 법인 올거나이즈 재팬을 세운 뒤 아예 2021년에는 본사를 이전했다. 현재는 도쿄메트로,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등 대규모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의 60% 이상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이원강 올거나이즈 부대표는 “사토 야스오 일본 법인 대표를 중심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 20여명이 팀을 잘 짜서 고객사를 유치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며 “일본이 모바일 시대에 뒤쳐졌다는 기억 때문에 AI 시대에는 이를 더욱 빠르게 전환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일본 정보통신종합연구소에 조사에 따르면 직원 수 1000명 이상의 일본 기업 중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의 비율은 30%에 그쳤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AI 전환에 대한 니즈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기관도 SaaS로 AI 도입…물 들어오는 일본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기회를 보고 있는 분야는 AI 전환, SaaS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할 때 구축형 서비스(온프레미스) 방식을 채택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가 적다 보니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에서 바로 SaaS로 도입을 하는 게 정석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채널톡과 같은 SaaS 기업들이 성과를 본격적으로 내고 있다. 채널톡은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의 25% 이상이 일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채널톡은 초반부터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설계한 만큼 초기 창업 멤버인 최재용 일본 법인 대표를 초반부터 파견해 팀 구성에 힘을 쏟아 팬데믹 시기 이후 늘어난 비대면 접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다.

박용민 코트라 일본지역본부장 겸 도쿄무역관장은 “일본은 고령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연 등 여러 문제를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니즈가 크다”며 “한국의 앞선 IT기술과 경험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도 협력에 열려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의 일본행에는 깐깐해진 한국거래소 기술 특례 상장 조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기술 특례 상장의 경우에도 일정 이상의 매출을 충족해야 한다는 게 암묵적인 룰이 됐다는 평가다. 일정한 수준의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본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기술 특례 상장의 경우도 매출 조건을 거래소에서 꼼꼼하게 살피다 보니 상장을 노리든 투자를 유치하든 간에 매출 확대는 필수 선택지가 됐다”며 “일본 고객의 경우 한 번 고객사를 확보하기까지는 어렵지만 한 번 관계가 잘 형성되면 장기 고객이 많은 점이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매력도 높아지는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

AI 분야가 아니더라도 일본 시장은 그 매력도가 점증이 됐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가 2022년 내놓은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으로 스타트업 10만개, 유니콘 100개 육성을 목표로 외국인 창업자를 대상으로도 비자 기간 연장 등 다양한 혜택을 지원하는 것도 한몫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일본 도쿄에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캐릭터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현지 캐릭터 사업을 본격화한다. 일찍이 일본 시장에 진출해 영향력을 키워온 더핑크퐁컴퍼니는 일본 Z세대 독자를 중심으로 IP 인지도와 파급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치바, 고베 등 일본 열도 전역에서 뮤지컬 공연을 본격적으로 펼치며 탄탄한 매출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포부다.

오디오 플랫폼 스푼랩스는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이후 7년째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2023년 기준으로 일본 서비스 시작 첫해와 비교해 연간 결제액이 64배 성장하고 한국, 일본, 대만 3개국에서 2000만명 이상의 이용자 수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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