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과 농촌기본소득

2024-10-15

 ‘지방’의 ‘소멸위기’는 저출생, 인구감소, 고령화가 주요 배경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수도권 중심의 ‘성장거점 전략’이 야기한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성장 거점을 개발해 수도권에는 사람과 재화(財貨), 부(富)가 흘러넘치지만, 지방의 ‘낙수효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수도권 ‘일극 사회’로 재편된 우리 사회의 기형적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는 지역은 개발과 성장의 ‘배후지’에 머물 뿐이다.

 역사적으로 ‘도시’와 ‘농촌’은 유기적 결합관계였다. 농촌의 노동력과 먹거리 공급이 없었다면, 도시의 개발과 성장은 가능하지 않았다. 도시의 풍요로움 이면에는 농촌의 희생이 전제돼 있다. ‘농촌이 뿌리요, 도시가 줄기’라고 일컬어지는 이유이다. 그런 ‘농촌’이 지방소멸 위기의 상징이 되고 있다.

 농촌이 소멸위기에 직면하면서 뒤따르는 것이 복지 인프라의 절대 부족이다. 이를 보완하고 대체할 시스템마저 충분하지 않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복지 인프라 부족은 농촌주민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공허와 피폐다.

 대부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리는 권리와 서비스를 ‘나’만 받지 못할 때 나타나는 병리 현상을 ‘사회적 배제’라 한다. 수도권-지방, 도시-농촌의 격차에서 오는 사회적 배제의 그늘에 지역사회가 이미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향후 국가의 위기로 닥칠 공산이 크다. 이대로라면 ‘지속가능성’은 커녕 사회적으로 ‘회복력’을 갖기도 어렵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이 엄중한 경고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는 답을 내놔야 한다.

 해법은 간명하다. 우리 사회가 ‘기본사회’로 나아가는 실천방안을 하나하나 쌓아가면 된다. ‘기본사회 전략’은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처하게 되는 ‘차별과 배제’를 줄여가는 실행 수단을 제시한다. 청년, 아이, 노인, 농민 등 ‘계층’에서부터 에너지, 주거, 먹거리와 같은 ‘필수 재화’까지 가능한 수준에서의 정책을 제시한다.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복지를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를 아우른다. 그 선도 정책으로 떠오르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농촌지역이 대부분인 전북자치도의 경우 도시-농촌 간의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 농촌주민이 보편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경제적이고 사회적 여건과 수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소멸 위기는 더 크게 드리울 것이다. 이 시점에 전북자치도가 ‘농촌기본소득’ 선도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농촌기본소득은 ‘지역사회 유지 역할’에 대한 농촌주민의 ‘기여 보상’ 성격도 갖는다. 농촌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농촌과 지역의 지킴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실험된 여러 기본소득 정책의 효과를 바탕으로 선도 사업을 준비할 수 있다.

 단언컨대, 지방소멸 위기는 ‘농촌지역’에서부터 현실화되었기에, 농촌의 기능과 지역을 유지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도입되는 것이 혁신적인 농촌기본소득이라 할 수 있다. 농촌기본소득은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에게 생활에 필요한 일정액을 지역화폐로 매월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민의 생활여건 개선은 물론 지역경제의 선순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농촌 지역사회 유지는 국가적 사회적 핵심 사안이다. 근본적 대안이 될 수는 없어도, 결정적인 문제해결의 가능성은 만들어 나가야 한다. 혁신적 정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관행적 정책의 관성에 갇혀서는 안 된다. 그 돌파구가 농촌기본소득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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