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부의 제한적인 판결문 공개가 국민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에 대해 법원이 50쪽이 넘는 의견서를 통해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다”며 기각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입법을 목표로 추진하는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에 대해 사법부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16일 서영교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법원행정처·법원도서관은 헌재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54쪽 분량의 의견서를 냈다. 앞서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박지환 변호사, 강성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송민섭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등 4명은 ‘판결문 검색·열람을 위한 특별창구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대법원 내규’ 등이 헌법 2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 중 알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판결문 공개 방식은 크게 인터넷 열람, 판결서 사본 제공, 법원도서관 방문 열람 등 세 가지다. 이 방식은 일부 판결문만 대상으로 하고, 사건 관계자나 기관 등 정보가 모두 알파벳으로 돼 있어 알아보기 어렵다. 방문열람은 변호사·언론인 등으로 신청자가 한정돼 있다. 김정 교수 등은 이런 제한적 방식이 “재판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한 헌법 109조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판결문 열람이나 복사 확대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 국가 재정 부담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권력 행사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공개 방식이 국민 기본권을 현저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고, 알권리와 사생활의 자유를 조화시키는 조치라는 것이다.
법원은 “법원도서관 방문열람이나 판결서 사본 제공 제도는 인터넷 열람이 불가능한 판결서를 제공하기 위한 잠정적이고 보충적인 조치”라면서 “지금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심각해 이용 대상자를 제한하고, 열람 시간·장소·방법 등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것”이라고 했다.
판결문은 날씨나 위치, 지도 등 일반 공공데이터와 달리 개인정보, 사생활, 영업 비밀 등이 상세하게 기재되기 때문에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법원은 “판결문은 성범죄 등 범죄 피해, 이혼·입양 사실, 개인의 정치적 견해, 성생활에 관한 정보 등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 비실명화를 해도 여러 정보를 조합하면 소송관계인을 특정할 수도 있다”며 “특히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 사건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해 사생활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을 비실명화하지 않고 공개하는 미국에서는 명의도용 범죄나 특정인 사칭 등에 판결문이 활용되고, 소송 상대방에 대한 과거 이력 등을 분석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으로 열람할 수 있는 판결문이 한정적인 데 대해서는 “과거의 판결서도 인터넷 공개제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국회와 논의 중”이라면서도 “형사 미확정 판결문은 무죄추정 원칙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훼손할 염려가 있고, 사생활에 대한 민감도가 민사 판결문보다 높으므로 공개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서 의원은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는 재판 내용을 확인해 사법절차를 더 투명하게 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판결문에 필수 개인정보는 비식별화하면서 알권리 보장을 고심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다. 남용 위험만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